지금의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고 전면적인 요금 체계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기요금 누진제가 냉방기기를 가동할 여력이 없는 에너지 빈곤층에는 혜택이 전혀 없는 반면 사용량이 많은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28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방안과 경기도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 추진 중인 한시적(여름철 7~8월 2개월) 전기요금 누진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구간 단위로 이뤄진 요금체계도 1㎾h당 전기요금 인상 등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시적 개편안에 따라 전기요금이 1단계 구간은 200㎾h 이하에서 300㎾h 이하로, 2단계 구간은 201~400㎾h에서 301~450㎾h로, 3단계 구간은 400㎾h 초과에서 450㎾h 초과로 각각 확대됐다.
이번 개편안으로 할인적용을 받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이며, 할인액은 가구당 월평균 1만142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이 서민층이 아닌 전기 다소비 가구 등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한시적 확대로 450㎾h를 사용하는 가구의 할인액은 2만2,510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250㎾h를 사용하는 가구의 할인액은 6,170원이다. 반면 전기소비량 200㎾h 미만 가구는 별도의 할인혜택이 없다.
이번 확대 개편이 혜택은커녕 오히려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제기했다.
실제 한국전력이 이번 누진제 개편안으로 2,847억원의 적자를 예상,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기요금 개편 및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는 월 사용량이 200㎾h 이하인 가구에 4,000원 한도의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이에 연구원 측은 누진제로 인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진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1㎾h당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빈곤층의 혜택은 전무한 게 현실인 만큼 산업용·일반용 전기요금까지 고려한 전면적인 개편안이 필요하다”며 “가정의 냉방권을 확보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누진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1㎾h당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바우처 제공 및 쿨루프 사업, 단열지원 사업, 에어컨 설치 또는 교체 지원 등 에너지 빈곤층이 냉방권을 확보하고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