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우리동네 명품행정] “해외역사탐방, 지역 중고생 모두에게 기회”

입력
2019.07.29 04:40
14면
0 0

<52> 논산시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

지난 4월 '글로벌해외연수'에 나선 충남 논산지역 학생과 황명선(왼쪽 첫 번째) 시장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논산시청 제공
지난 4월 '글로벌해외연수'에 나선 충남 논산지역 학생과 황명선(왼쪽 첫 번째) 시장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논산시청 제공

충남 논산의 중고교생 2, 3학년 가운데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아직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올해 1학년생도 내년이면 모두 경험하게 된다.

논산지역 고교생의 해외여행 체험은 충남 논산시가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중고교생 해외역사탐방을 지원하는 ‘논산시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 사업을 통해서다. 올해 4년 차다.

올해는 강경상고를 비롯, 고교 2학년 학생 1,400여명과 중학교 3학년 1,000여명이 각각 중국 상하이 항일독립운동 역사유적과 일본 오사카ㆍ나라ㆍ교토의 항일ㆍ백제문화권 역사유적지를 탐방했다. 중국 역사기행에 나선 고교생들은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윤봉길의사 사당, 상하이 박물관 등을 둘러보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이후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펼친 선열들의 뜻을 되새겼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으로 임시정부청사를 방문한 학생들은 즉석에서 가져간 용돈을 털어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태극기 만세삼창을 하며 애국의 마음을 다잡는 뜻깊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본으로 항일ㆍ백제문화역사탐방을 다녀온 중학생들은 고구려 담징의 벽화가 있는 나라현 호류지(法隆寺)와 오사카현 왕인박사 묘를 돌아보며 우리 민족의 찬란했던 역사와 문화를 확인했다. 또한 항일 시인 윤동주ㆍ정지용 시비 등을 돌아보며 선열들의 항일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글로벌해외연수'에 나선 논산지역 학생들이 중국 상하이 유적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글로벌해외연수'에 나선 논산지역 학생들이 중국 상하이 유적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논산시 제공

논산시 글로벌 인재 해외연수는 2016년 논산시가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값진 투자’라는 교육철학 실천을 위해 매년 예산을 지원하는 수학여행을 겸한 연수 프로그램이다.

인구가 13만명 남짓한 도농복합 지방 소도시인 논산시가 재정 자립도가 월등한 대도시조차 시도하지 못한 사업을 시도해 신선했다.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교육여건을 이유로 학령인구의 외부 유출을 조금이나마 막고 지역 청소년을 글로벌 미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논산시는 사업계획 단계부터 논산계룡교육지원청과 협력과정을 거쳤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유관기관의 동의도 더해지면서 순항했다.

연수 프로그램은 흔하디 흔한 판박이 수학여행의 틀을 벗어나 청소년들이 국제적 감각과 창의성을 기르고 민족의 역사를 돌아보는 기회로 만들었다.

놀이가 우선이었던 종전 수학여행의 개념을 벗어 던진 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향후 진로탐색 등 새로운 체험학습의 장으로 발전했다.

논산시와 교육청은 이 프로그램을 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생활기록부 반영 등 대학 진학 시 다양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맞춤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행선지에 따라 각각 75만원, 64만원의 만만치 않은 해외 탐방비용은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시는 경비의 50%를 예산으로 지원하면서 해결했다. 올해 7억8,000여만원이 투입된다.

시민들은 환영했다. 논산에 거주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해외 탐방 수혜대상이었기에 “내 자녀도 언젠가 다녀올 수 있고, 이 기회를 통해 시야를 보다 더 넓힐 수 있다”는 생각에 찬성했다.

자부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도 빠짐없이 동참할 수 있도록 공동모금회 기금을 보조했다. 공동모금회 규정상 보조대상이 아닌 학생들은 학교 동문과 독지가들이 나서 십시일반 지원에 나섰다.

사업 시행 첫해인 2016년부터 시와 교육청, 학교장단은 매년 사전 현지답사를 통해 안전과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철저히 검증했다. 학생과 학부모, 운영위원, 동문회와의 간담회를 거쳐 연수장소와 일정을 직접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협업과 협치, 지방자치와 교육공동체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경험하면서 성숙해졌다.

시는 매년 초 학생 안전을 위해 사전답사 현지점검을 시작으로 오리엔테이션 및 안전교육을 진행하며 성공적인 해외연수를 대비했다.

황명선 시장은 지난 3월 직접 해외연수에 앞서 중국과 일본의 영사관을 방문해 ‘글로벌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안전과 현장 여건분석, 숙소 안전점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수에 앞서 이중, 삼중의 안전점검을 거친 이후 학교별로 순차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시행 4년 차가 되도록 단 한 번의 안전사고가 없었다. .

황명선 논산시장은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고기가 사는 생태계를 보여 주고 알게 해 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며 “논산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하는 평등 교육 실현을 통해 공동체 모두가 학생의 교육을 함께하는 동고동락 논산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논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