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을 둔 어머니들의 공통된 걱정거리 중 하나는 아마도 ‘급식’일 것이다. 군 급식은 왜 이렇게 만족도가 낮을까? 장병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연세대가 국방부와 장병 급식 만족도 제고를 위해 2018년 ‘군 급식 제도의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급식 운영 비용 중 식재료 비용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인데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유는 조리 인력 부족, 낮은 숙련도, 단순한 메뉴 등 대량 단체급식에 따른 한계 등으로 분석되었다. 결과적으로 낭비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2017년 기준으로 약 1,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급식예산(1조2,000억원)의 15% 수준이며,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및 처리 비용은 8만 1,503톤(79억원)에 이르고 있다.
최근 장병들을 대상으로 ‘유격훈련 후 가장 먹고 싶은 급식 메뉴’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복 삼계탕’이 1위에 꼽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강한 훈련 뒤에 피로도 풀고 체력도 보충해 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장병 급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국방부의 ‘2019년 급식 방침’을 보면 2018년 대비 1인당 기본급식비가 2% 인상돼 총 1조 6,000여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깐쇼새우, 계란말이, 갑오징어 등 선호 품목 추가, 전문 민간 조리원 채용 확대 등의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군은 여기에 더해 전반적인 급식시스템 개선에 4차 산업 기반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급식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급식수요 예측 시스템 도입 계획이 그것이다. 계획의 첫 번째 단계는 3D 스캐너 잔반 축소 시스템을 식당에 설치하여, 메뉴별 잔반량 측정을 통한 장병 선호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식자재별 급식 횟수와 기준량 설정 등 급식계획 수립에 반영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적의 수요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러한 예측 수리모형에는 메뉴별 잔반량 외에 장병 만족도, 단가, 예산, 영양소, 칼로리, 날씨(식중독 지수), 활동량(훈련 등)의 변수를 고려할 계획이다.
군이 도입하려는 데이터 기반의 급식수요 예측 모델링은 조리단계 기획부터 정확한 수요 발주 및 구매를 바탕으로, 인력, 기기 및 설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운영함으로써, 식재료 손실 최소화와 고객 만족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이 국내외 연구를 통해 입증된 기술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을 도입하는데 따른 선결 과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음식물쓰레기 자동측정 시스템은 이미 개발된 상태지만, 단체급식소 적용 사례가 없어 무엇보다 시범 적용을 통한 실증 사례 확보가 중요하다. 군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선 부대에 음식물쓰레기 자동측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먼저 준비 중이다. 또 3D 스캐너 사용에 따른 식사 전후 비교와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마찰 가능성이 없는지 신중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 해결 방안으로는 장병 개개인에게 데이터 활용 동의를 받거나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 무기명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군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급식수요 예측 시스템 도입은 장병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최적화된 메뉴 편성을 통해 잔반량을 줄이고, 예산의 효율적 사용, 품질과 만족도 향상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군이 급식시스템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하여 군 급식에서도 최첨단 푸드테크(Food Tech)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함선옥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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