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홍콩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한 이른바 ‘백색(白色) 테러’를 규탄하는 집회가 27일(현지시간) 열렸다. 시민 수십만 명이 모인 이번 시위에서도 경찰이 최루가스를 뿌리고 강경진압을 시도하면서 홍콩 시위대와 정부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부터 홍콩 신계(新界) 지역 위안랑(元朗)역 인근에서 백색 테러와 이에 대한 경찰 대응을 규탄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검은 옷을 입고 우산을 든 시위 참가자 28만8,000명(주최 측 추산)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하는 동시에 지난 21일 45명의 부상자를 낳은 폭력 사건에 항의했다. 일대 상점은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을 우려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이들은 폭력 사건을 일으킨 흰옷 괴한들만큼이나 경찰의 대처를 비난했다. 집회에 참석한 루크 스(26)씨는 SCMP에 “경찰에 대해 아무런 기대감이 없다. 그들에 대한 내 기대는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을 뜻하는 '警'자에서 밑의 '말씀 언'(言)자를 빼고 대신 폭력조직을 뜻하는 흑(黑)자를 넣은 글자를 찍은 팻말을 들기도 했다.
당초 홍콩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시위가 저녁까지 진행되자, 무장 경찰은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스펀지 총알을 발포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일부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부상자도 속출했다. 오후 8시가 넘어가면서 시위대 대부분은 철수했지만 일부는 남아 경찰에 산발적인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시위가 시작되기 직전 한 남성이 시위대가 모인 거리에서 다른 남성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해자는 다른 시민들에게 제압당한 뒤 경찰에 연행됐다.
앞서 지난 21일 흰색 옷을 입은 괴한 수십 명은 위안랑역에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각목과 쇠막대 등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폭행으로 시민 45명이 병원에 실려갔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는 물론 임산부와 노약자마저 폭행당하는 장면이 그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해졌다. 경찰이 용의자 12명을 체포했지만, 백색 테러와 친중 세력 간의 연루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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