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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약물치료했더니 무기력증이…” 운동 등 병행치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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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약물치료했더니 무기력증이…” 운동 등 병행치료 중요해요

입력
2019.07.30 05: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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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⑪ 강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현병에서 회복하려면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정신사회재활치료 등 다른 치료법도 병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에서 회복하려면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정신사회재활치료 등 다른 치료법도 병행돼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2살인 A군은 3년 전부터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과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지시하는 환청에 시달려왔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면서 거리에서 큰소리로 혼잣말(실제로는 환청과 대화)을 하고, 자신을 미행한다며 행인에게 시비를 걸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부모의 권유로 A군은 한 달 반 정도 입원 치료를 하게 됐고, 퇴원 무렵 망상과 환청은 거의 없어졌다. 통원치료를 정기적으로 받던 중 A군의 부모는 퇴원 후 생긴 변화를 걱정하며 필자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엉뚱한 말이나 이상한 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는데, 너무 무기력해요. 집밖을 나가려 하지 않고, 말도 없고, 감정 표현도 하지 않아요. 가족들과 어울리지 않아요. 심지어 씻고 옷 갈아 입는 것도 잔소리해야만 간신히 합니다. 멍하고 머리가 나빠진 것 같아요. 약물 치료를 꾸준히 했는데 왜 이런 건가요? 혹시 약 부작용인가요?”

조현병은 생각·감각·인지 등 정신기능을 조절하는 뇌신경회로의 기능부전으로 생기는 뇌질환이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치매나 파킨슨병처럼 만성적으로 계속되는 경우가 60~70%나 된다.

조현병은 양성 증상에서 음성 증상으로 문제로 바뀌는 특징이 있다. 환각·망상·괴이한 행동 등 양성 증상은 발병 초에 악화된다. 정상적으로 없어야 하는데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성 증상은 약물 반응이 비교적 좋다. 첫 치료 환자의 80%가 꾸준히 약물 치료하면 양성 증상은 없어진다. 발병 후 치료 시작이 늦어지거나 몇 번 재발한 환자는 약물 치료 반응이 떨어져 양성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기도 한다.

양성 증상이 사라진 뒤 적지 않은 환자에게서 음성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병적으로 없어져 증상이 생겨서 음성 증상이라 한다. 무표정·무정동(無情動)·무언어·무의욕·무활동 등이 해당된다. 또 주의력·집중력·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 저하도 포함된다. 음성 증상은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데 심각한 지장을 줘 장기 예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A군이 퇴원 후 모습은 바로 이 음성 증상 때문이다. 음성 증상은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므로 증상을 개선하려면 비약물학적 치료가 필요하다. 조현병의 비약물학적 치료로는 우선 뇌기능을 개선하는 기타 생물학적 치료가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이 대표적이다. 머리 가까이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자기장 빈도에 따라 대뇌피질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등 조절이 가능하다. 환각이나 음성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에게 도움될 수 있다. 전기경련치료(ECT)는 뇌세포에 전기로 순간적으로 자극해 뇌기능을 안정 활성화하는 치료법이다. 마취하지 않고 치료하던 시절의 경련 경험이 부정적인 인식을 낳았지만 실제로는 안전하고 유용한 치료법이다. 수면 내시경처럼 안전한 치료실에서 단기간 마취로 수면 및 근육 이완을 유도한 뒤 전기로 순간적으로 자극해 몸 일부만 약하게 떨리는 경련이 생긴다. 심한 우울증이 동반되거나, 임신 등으로 약을 먹기 어렵거나, 긴장성 조현병 환자 등에게 효과가 입증됐다.

또 다른 약물치료 보완법이 정신사회재활치료다. 인지행동치료, 사회기술훈련, 예술요법, 요가요법, 운동요법, 작업치료 및 직업재활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환자 개인별로 혹은 집단적으로 시행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일상생활에서 환자 역량과 긍정적인 자아상을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궁극적으로 환자가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다.

인지행동치료는 잘못된 생각을 직접 교정하는 인지치료와 부적응적 행동을 교정해 증상을 줄이거나 없애는 행동치료다. 비현실적 증상을 겪은 환자에게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관점을 제공해 증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대처하도록 돕는다. 사회기술훈련은 증상관리, 약물치료관리, 대화기술, 스트레스 관리, 여가활용, 직업교육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향상하는 치료법이다. 예술요법은 음악·미술을 매개로 환자의 심리 상태를 사람들과 교류하는 요법으로 음성 증상을 개선한다. 요가요법은 심신 이완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며 인지기능 강화와 삶의 질을 높인다. 운동요법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주 3회, 중간 강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음성 증상을 호전한다.

또한 조현병 환자가 양성·음성 증상을 떨치고 사회구성원으로 정체성을 갖고 자기실현을 하려면 직업재활이 중요하다. 직업재활은 보호작업장, 임시취업, 독립취업 형태가 있다. 이는 환자의 정신적 기능 회복을 돕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게 하고, 경제적 보상을 통해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정신사회재활치료기관으로는 의료기관의 낮병원, 보건소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민간사회복귀시설 등이 있다.

약물치료가 조현병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약물치료에도 양성 증상이 계속되고,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음성 증상이 뚜렷한 환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위해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법이 있다. 모든 환자가 치료 초기부터 정신사회재활치료 등의 비약물학적 치료를 약물치료와 적극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치료성적을 높이고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강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시현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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