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위 기획사 불러 회의... “수사 결과 피해자 발생하면 추가 합류? 다른 그룹 데뷔? 의견 물어”
방송사 Mnet이 투표 조작 논란에 휩싸인 자사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프듀X’)’에서 1~20위를 한 연습생의 기획사 관계자를 26일 긴급 소집했다.
이날 Mnet 측은 투표 조작 논란에 대한 경찰 수사 의뢰 소식을 1~20위를 한 연습생이 속한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직접 알렸다. 이 회의에 참석한 가요계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정한 조사를 위해 경찰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며 “데뷔그룹 X1 활동이 문제없이 진행될 거다,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Mnet은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안준영 PD 등 ‘프듀X’ 제작진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논란 발생 이후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라며 “공신력 있는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게 Mnet이 밝힌 수사 의뢰 이유였다.
Mnet 측은 이날 모인 기획사 관계자들에게 수사 결과 피해자가 발생하면 X1에 추가 합류를 시켜주는 걸 원하는지, 다른 그룹으로의 데뷔를 원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Mnet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얘기”라고 말했다. 투표 조작 논란으로 상심한 여러 기획사를 다독이려는 취지로 한 말이라지만 Mnet 측이 X1 추가 합류 의견을 물은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데뷔 조로 확정된 기존 연습생들만 난감한 처지가 됐다”고 말하며 답답해했다.
‘프듀X’에 연습생을 출연시킨 관계자들에 따르면 Mnet은 프로그램 결승 방송이 나가기 전부터 데뷔 조에서 떨어진 연습생들의 그룹 활동 지원을 계획했다. Mnet은 앞서 방송한 ‘프듀’ 시리즈에서 탈락한 멤버들을 모아 JBJ 등의 그룹 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프듀X’ 시청자들은 결승전 생방송 탈락자 9인(이진혁, 김민규, 구정모, 함원진, 금동현, 송유빈, 이세진, 토니, 황윤성)이 한 팀으로 데뷔하길 바라며 바이나인이란 팀명까지 지어 활동 지원에 나서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프듀X’ 조작 의혹은 지난 19일 종영 직후 불거졌다. 일부 후보 간 표차가 똑같이 반복돼서다. 1등과 2등의 표 차이가 2, 9978표였는데, 3등과 4등, 7등과 8등의 표 격차도 같았다.
네티즌은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했다. 법률대리인을 구해 제작진을 사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고발할 준비에 나섰다. ‘네티즌이 뽑는 아이돌’이란 프로그램 기획 취지와 신뢰도에 균열이 났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조작 의혹이 제기된 지 6일이 지나서야 일부 실수를 인정했다. Mnet은 25일 “득표율 반올림 후 득표수로 환산해 방송했으며 순위 변동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이 해명은 더욱 논란을 키웠다.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둘째 자리로 반올림한 결과가 0, 5만 반복된 탓이다. 하태경 바른비래당 의원도 SNS에 글을 올려 “Mnet 주장대로 될 확률은 로또가 연달아 두 번 당첨될 확률보다 훨씬 적다”며 투표 조작 의혹에 힘을 실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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