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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이세돌 사태’ 키운 한국기원, 또 ‘뒷짐’…눈총

입력
2019.07.27 04:40
수정
2019.07.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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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한국기원, 이세돌 9단과의 접점찾기는 프로기사회에 떠넘기고 ‘나 몰라라’

3년 전, 이세돌 9단 사태 터졌을 당시에도 ‘쉬쉬’…눈치 보면서 시간만 보내

김영삼 한국기원 사무총장 “자세한 내용은 실무진에 물어보라”며 무성의한 태도

결국 사태 해결 위해선 임채정 한국기원 신임 총재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지난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선 프로기사회와 동일한 기준의 참가 자격 등을 명시한 신설 정관을 통과시켰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선 프로기사회와 동일한 기준의 참가 자격 등을 명시한 신설 정관을 통과시켰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이 이세돌(36) 9단의 상금 공제 반환 사태 처리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면서 대·내외 비난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 바둑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된 이세돌 9단 사태는 법정공방까지 확대될 조짐이지만 한국기원에선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변호사를 선임한 이세돌 9단측은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정공방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이세돌 9단이 최근 3년 동안 각종 기전 우승과 함께 자동 공제됐던 자신의 상금 관련 내용증명을 지난 5월초 기원측에 보낸 이후, 현재까지 진전된 사안은 ‘제로(0)’다.

이세돌 9단의 3,000만원대 상금 공제액은 현재 한국기원에서 보관 중이다. 현재 프로기사회 소속 회원은 각종 대회에서 올린 수입(매판 대국료 및 우승상금 등 포함)의 일부(국내기전 5%, 해외기전 3%)를 적립금으로 내도록 돼 있는데 이세돌 9단은 이 시스템에 거부, 2016년 프로기사회를 탈퇴했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프로기사회측에선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액을 한국기원에 대신 보관, 요청하면서 현재까지 미해결 상태로 흘러왔다. 프로기사회와는 별도로 한국기원에선 바둑계 발전과 복지기금 명목으로 기사들에게 각 기전에서 올린 수입의 10%를 떼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무성의한 자세만으로 일관해 온 한국기원의 태도다. 한국기원에선 이세돌 9단이 내용증명까지 발송하자 지난 12일 임시이사회를 소집, △한국기원 입단 절차를 통해 전문기사가 된 자는 입단과 동시에 기사회 회원이 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협력·후원하는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 등의 2가지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승인까지 요청한 상태다. 이세돌 9단이 3년 전, 부정했던 프로기사회 정관을 한국기원에 그대로 흡수시키겠단 포석에서다. 한국기원이 사실상 프로기사회와의 ‘특수관계’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이세돌 9단이 2016년3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4국에서 승리한 직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이세돌 9단이 2016년3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4국에서 승리한 직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지만 바둑계 안팎에선 정관 신설 이후에도 고수 중인 한국기원의 행보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단 시각이 팽배하다. 그동안 스스로 ‘프로기사회를 모태’라고 강조하면서 정관까지 신설한 한국기원이 정작 이세돌 9단 사태 해결의 실전에선 뒷전으로 물러난 모양새만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기원은 이세돌 9단 사태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설득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당초,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액 문제의 출발은 프로기사회이기 때문에 그 쪽에서 정리할 것”이라며 여전히 수동적인 입장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김영삼(45) 한국기원 사무총장 역시 이세돌 9단 문제에 대해선 “내가 직접 연락하는 게 아니다”며 “자세한 내용은 실무진에 물어보는 게 어떻겠냐”며 무관심에 가까운듯한 답변만 내놨다. 한국기원에선 현재 이세돌 9단 상금 공제액 문제와 관련된 사안을 프로기사회에 떠넘긴 상태다.

이에 대해 프로기사회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중견 프로바둑기사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3년 전, 공론화됐을 당시에 한국기원에서 제대로 처리했어야 한 사안이었다”며 “그 때는 인공지능(AI)과의 맞대결로 몸값이 치솟았던 이세돌 9단과 홍석현 전 한국기원 총재의 눈치만 보다가 사태를 지금까지 키워 온 한국기원이 이번엔 프로기사회 뒤에 숨어서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프로기사회 소속의 또 다른 여자프로바둑기사도 “편하고 입맛에 맞는 일만 골라서 하는 게 한국기원의 역할이 아니다”며 “이세돌 9단 사태는 한국기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측 또한 한국기원의 소극적인 행태에 대해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이세돌 9단의 친형인 이상훈(44) 9단은 “3년 전, 프로기사회에서 탈퇴한 이후 이 사안으로 한국기원 주선으로 프로기사회와 논의를 해 본 기억이 단 한번도 없었고 한국기원에서 먼저 연락조차 해 본 적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이세돌 9단 사태는 결국 지난 5월말 선임된 임채정 한국기원 총재가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감도 실린다. 한 바둑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한국기원의 우유부단한 태도만으로는 이세돌 9단 사태를 해결할 순 없다”며 “바둑계 위상에 흠집이 날 수 밖에 없는 이세돌 9단과의 법정공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임채정 한국기원 신임 총재가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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