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의 연기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마치 작품 속 주인공이 성장하듯, 차은우 역시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
지난 17일 출발을 알린 MBC 수목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하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의 '필' 충만 로맨스 실록이다. 첫 방송 전 신세경과 차은우가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 소식을 전하며 ‘비주얼 천재’들의 만남에 비상한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남자주인공으로 발탁된 차은우의 연기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로맨스 퓨전 사극의 남자주인공을 맡기에는 아직 연기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같은 우려는 첫 방송 이후 논란으로 번졌다. 과장된 표정 연기와 부정확한 대사처리 등으로 ‘로봇연기’라는 혹평이 줄 이은 것이다. 차은우의 비현실적 비주얼을 칭찬하는 데 쓰여왔던 ‘얼굴천재’라는 수식어도 연기력 논란 앞에서는 오히려 ‘얼굴만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 거리로 전락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했던 차은우가 첫 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웹드라마 ‘투 비 컨티뉴드’에서부터다. 이듬해 웹드라마 ‘마이 로맨틱 썸 레시피’로 또 한 번 연기에 도전했던 차은우는 이후 KBS2 ‘최고의 한방’에서 천재 아이돌 엠제이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주연으로 첫 도전을 알린 것은 지난 해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었다. 당시에도 차은우의 연기력에 대한 의견은 분분했지만, 역할 자체가 대사가 많지 않았고 표정 연기도 크게 요구되지 않았던 만큼 지금 같은 논란은 없었다.
연기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역대 출연작 중 가장 요구되는 감정도, 자신이 소화해야 할 분량도 많은 ‘구해령’은 차은우에게 어쩌면 진짜 주연 데뷔전인 셈이다. 차은우 역시 이 같은 도전에 부담을 느꼈을 터다. 그는 첫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 출연을 결정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어 “하지만 감독님, 선배님들이 잘 알려주셔서 성장하고 배워나가고 있다”며 “고독하고 상처가 있는 캐릭터인 이림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드라마를 통해 지켜봐 달라”며 성장에 대한 포부를 전했다.
부담을 안고 시작한 도전에서 제대로 ‘뜨거운 맛’을 본 차은우다. 예상보다 더욱 가열찼던 시청자들의 질책은 분명 차은우가 한 번쯤 지나가야 했을 관문이었다. 지금 당장 쓴 소리를 들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욕만 먹고’ 끝나느냐, 끝내 그 욕을 칭찬으로 바꾸느냐는 이제 오롯이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차은우는 방송 첫 주 이후 점차 나아지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잘하겠다”는 말 대신 “성장해 나가겠다”고 솔직하게 전했던 그의 다짐을 매 회 발전해 나가는 연기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차은우의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쓴 소리 대신 ‘괜찮다’는 응원의 말을 전해주려 한다. 적어도 자신을 향한 질타에 주눅 들어 포기하거나, 혹은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주어진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며 안주하려 하지 않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시련과 역경을 딛고 끝내 성장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진짜 배우’로 나아가기 위한 뼈아픈 성장기를 지나고 있는 그의 노력이 하루 빨리 빛을 발하길 바라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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