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ㆍF-35A 도입 불만 표출… 남측에 ‘적극적 중재’ 우회 촉구
북한은 26일 전날 실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남한에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남측이 첨단무기 도입 및 군사연습으로 북측을 위협, 이에 대한 무력시위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북한은 그러나 한미 연합훈련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둔 미국 대신 남한을 겨냥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에둘러 촉구하고 우리 정부의 중재를 주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셨다”고 보도했다. ‘경고’, ‘무력시위’는 북측이 2017년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한미와 전면 대치하던 때 주로 사용하던 용어로, 지난해 한반도 긴장 완화 이후로는 처음 등장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내달 초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한국의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에 대해 불쾌감을 분명히 보여주고 남측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남조선 당국자’를 거듭 언급하며 대남 반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자가 사태발전 전망의 위험성을 제때 깨닫고 하루빨리 지난해 4월과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 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잇따라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북측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 4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로 칭한 뒤부터 이어져 온 대남 비난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한미 군사연습이나 신형 무기도입을 구실 삼긴 했으나, 대북 합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 만큼 사실상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에서 남한의 역할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최대 불만은 남측이 2차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입장 변화가 없는 미국과 보조를 맞춘 채, 북한이 원하는 비핵화 상응조치, 즉 대북제재 완화나 체제 안전보장 조치에 소극적인 것이다.
결국 북측의 지속적인 대남 비판은 북미 협상에 대한 갈망을 나타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번 메시지만 봐도 첨단무기 도입과 한미 군사연습 등이 한미 군사당국 공동의 문제인데 남측만 문제 삼고 미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군사안보적으로 위협을 느낀다는 점을 미국에 전달하고 싶은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미국을 직접 거론하면 실무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지니,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남측 핑계를 댄 듯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측의 경고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미국의 결단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북한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우리 정부의 쌀 지원을 거부한 것처럼 남북 협력이나 대화를 북측이 계속 거부할 경우, 한반도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에서 남측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이대로라면 북한의 ‘통미배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을 배제한다)’ 전략으로 우리가 미국 측에 조언하는 역할 이상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북측이 원하는 안전보장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미국을 적극 설득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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