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남양유업 전 창업주의 손녀 황하나(31)씨의 1심 재판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황씨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당시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수원지검 강력부(박영빈 부장검사)는 26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황씨에 대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황씨의 옛 연인이자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이 황씨에 대해 항소를 제기한 이유는 뭘까.
앞서 황씨는 지난 19일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박씨는 지난 2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각각 풀려났었다.
검찰 내부처리 기준에 따르면 법원이 검찰 구형량의 2분의 1이상으로 선고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항소를 하지 않는다. 통상대로라면 항소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박씨가 이 기준에 부합했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의 구형은 1년6월, 법원은 구형량의 절반(징역 9개월)보다 많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황씨도 이 기준대로라면 항소하지 않는 게 맞다. 황씨의 검찰 구형량은 징역 2년이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면 2분의 1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판단이 작용한 것은 박씨는 초범인데다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한 반면 황씨는 과거의 전력이 있는데다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는 점이다.
실제 검찰은 이날 항소 이유에 대해 “황씨는 2011년 3월 대마초를 피워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재차 장기간에 걸쳐 범행한 사실이 있다”며 “또 황씨는 재판 과정에서 박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사실 중 올해 투약한 부분에 대해서는 범행 일부를 부인했다”고 설명했다.
초범이 아닌 재범이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와 황씨의 마약 투약 결과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다른 이유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함에 따라 황씨는 2심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자칫 2심에서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황씨는 박 씨와 달리 10여년 전 마약 혐의로 관련 처분을 받은 바 있고, 범행 기간이 길며, 일부 범행을 부인하기도 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황씨는 2015년 5∼9월 서울 자택 등지에서 필로폰을 3차례에 걸쳐 투약하고, 지난해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을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지난 2∼3월 박 씨와 3차례에 걸쳐 필로폰 1.5ｇ을 구매해 6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9∼10월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을 박 씨와 함께 투약하기도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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