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자사고 유지’ 논란… 교육부 “어떤 자치권이라도 법 테두리 안에서”
26일 교육부가 전북교육청의 결정을 뒤집고 전북 상산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기로 하자, 교육계에서는 ‘교육자치’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승환 전북교육청이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예고했던만큼, 자사고의 지정 또는 지정취소 권한을 둘러싼 교육부와 교육청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권한은 교육감에 있다. 하지만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에 미달된 자사고에 대한 최종적인 지정취소 결정은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사실상 중앙정부가 자사고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결정권을 교육청에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천호성 전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교육청은 평가권을, 교육부는 지정권과 지정취소권을 가진, 이원화 구조라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사고가 지역 여건에 따라 운영되는 만큼, 교육청에 평가권과 지정(취소)권을 모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 등이 소속된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 연합인 서울교육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의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동의) 처사는 교육자치 자체를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평가를 통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린 8개 학교에 대해 교육부에 의해 (결정이) 부정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이 2014년 자사고 5곳에 대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으나 교육부가 이 결정을 뒤집자, 시교육청이 또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지금과 같은 논란이 일었다. 자사고 평가지표를 구성하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교육감 재량이기 때문에 교육부 차원에서 이를 번복하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상산고 지정취소 부동의 결정이 교육자치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에 대해 교육부는 어떤 자치권이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어떤 자치권이나 자율적인 권한도 법과 대통령령, 조례, 규칙을 위반하면서 할 수는 없다”며 “법령에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자율형사립고는 사회통합전형을 일정 비율 뽑으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만큼, 그 범위 내에서 재량권 행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도 “공정한 관리자로서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절차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동의권을 교육청으로 넘기는 일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법전문가도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학교인 만큼, 전국적인 단위에서 교육부 장관이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자사고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교육감에게 있다고 보기만은 어렵다”고 해석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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