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해도 결국 화합하는 교훈 얻어야”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불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국민들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기만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며 국민 통합에 역할을 해 줄 것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가적 어려움이라든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참 간절한 희망인데, 그렇게 잘 되지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불교계의 고견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에는 한국 교회 주요 교단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계종ㆍ천태종 등 한국 불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가 참 쉽지 않다”며 “불교의 화쟁(和諍)사상처럼 논쟁하더라도 결국에는 하나로 화합하는 그런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세상에 국민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겠다”면서도 “정치적 생각과 지지 정당의 차이로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같은 발언은 대북 정책과 경제정책 등을 놓고 정치권 갈등이 반복되고, 이로 인해 국민 분열이 심화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위기 상황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힘들고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졌다”며 “당장 현실적인 피해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국민께서 심리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불교계가 국민 통합에 앞장서 줄 것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불교계가 북한과 교류사업을 많이 하면서 정부를 지원하고 있고 지금까지 남북ㆍ북미 관계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상황”며 협력과 지원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처해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 국가가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큰 스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기 바란다”며 자세를 가다듬기도 했다.
불교계와의 인연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젊은 시절 고시 공부할 때 해남 대흥사에서 몇 달 공부했고 서울 선림사에서도 몇 달 공부한 적 있다”며 “그 후에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절을 찾거나 불교서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인의 DNA(유전자) 속에는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불교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이 깊게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 자신도 그렇게 느낀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우리 국민들은 더 큰 환란도 겪은 경험이 있다”며 “대통령이 큰 지도력으로 결단해 이번 난국을 잘 극복하도록 노력하고,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저희들을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원행 스님은 특히 불교계가 이번 한일 갈등 해결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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