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중해 발생 최대 인명피해
리비아 연안에서 아프리카 난민 300명 이상이 탑승한 선박 두 척이 전복돼 탑승객 절반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중해 난민선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유럽의 난민 대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리비아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 두 척이 이날 지중해에서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 해안경비대와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당시 선박에는 300명이 넘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었는데 이들 중 147명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돼 리비아로 송환됐다. 현재까지 수습된 시신은 한 구에 불과하다. UNHCR는 “실종됐거나 사망한 인원이 150명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종ㆍ사망자 수는 조사 중에 있지만, 향후 실제로 숨진 인원이 150명으로 확인될 경우 단일 사건으로는 올해 지중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가 된다.
리비아는 중동과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에 정착하길 원하는 이주자들이 머무는 중간 거점이다. 이들은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는데, 많은 인원을 태우다 보니 항상 전복의 위험을 안고 운항한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중해에서 사망한 인구는 총 700명에 이른다.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도중 숨진 이들은 164명(25일 사고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리비아 내전이 격화하고 있는데, 지중해에서 운항되는 구조선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지난 3월 난민을 구조하는 해상 순찰 활동을 중단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구조된 난민들이 모두 이탈리아에 체류한다며 다른 회원국들에 난민 수용을 촉구했는데,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의 반대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며 “(구조선은) 인신매매와 연루돼 있고, 난민들의 불법 이민을 부추긴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UNHCR 대변인은 “바다로 향한 이들의 삶을 구하는 게 시급하다”고 호소하면서도 “애초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대안을 제공했었다면 그들이 배에 탑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도 리비아 난민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 ”예방 가능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샘 터너 MSF 리비아 수색ㆍ구조활동 대표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정치인들이) 유럽 난민 위기의 해결을 말하면서도 리비아와 지중해의 인도주의 위기를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라고 규탄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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