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의원단, 美 의원들과 회동… 한국에 동조하지만 중재 주저
유명희 만난 로스 장관 “필요한 역할” 자세히 묻자 “다음에”
정부 인사들에 이어 국회 차원에서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부당성을 알리는 대미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은 한일 갈등의 심각성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한일 간 팽팽한 입장 탓에 직접 개입하는 데엔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 의원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여야 의원 7명은 25일(현지시간) 미 의회를 돌며 공화당 소속 척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 톰 코튼 상원 군사위 전략군소위원장, 테드 요호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 간사와 민주당 소속 브래드 셔먼 하원 외교위 아태소위원장 등을 만났다. 오후에는 마크 내퍼 국무부 한국ㆍ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와 회동했다.
미 의원들은 대체로 일본의 조치가 자유무역 정신에 반한다는 방미단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적극적 중재에는 거리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슬리 위원장은 한일 중 어느 일방을 편드는 일을 하기는 쉽지 않지만 자유무역을 신봉하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정세균 단장이 전했다. 코튼 상원의원과 요호 하원의원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였지만 미국이 나서서 직접 관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경미 민주당 의원은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개입하는 데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며 "요호 의원도 감정적 결정이었고 합리적 결정은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개입해서 중재하려는 노력에 대해선 굉장히 주저하는 모습을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내퍼 부차관보도 “한일 간 경제 갈등은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으로 생각되는 만큼 미국 정부도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는데 뾰족한 대안을 만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이수혁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탓에 당장 개입해도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한일 양국이 먼저 타협점을 모색하면 이를 촉진하는 역할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의원단은 26일에는 한미일 3국 의원회의를 갖고 3국의 경제 및 무역 이슈, 안보 이슈 등을 놓고 토론할 예정이다.
23일 방미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날 상무부 청사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1시간가량 만나 대미 설득전에 나섰다. 유 본부장은 “로스 장관도 이번 일본의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다"며 "미국으로서도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선 "아직은 우리가 (일본의) 3개 조치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에 대해 일본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중에, 다른 기회에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로스 장관도 일단 한일 양국이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로스 장관 외에도 방미기간 의회와 경제계, 씽크탱크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특히 미국 업계 인사들은 일본의 조치로 인한 영향을 이미 체감하면서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출규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이번 조치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유 본부장은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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