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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사형 집행 16년 만에 부활시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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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사형 집행 16년 만에 부활시키는 트럼프

입력
2019.07.26 17:57
수정
2019.07.27 00:54
9면
0 0

美법무부, 아동살해 흉악범 등 5명 대상 예고… “사형 찬성 유권자 결집” 분석도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지필드에 있는 연방교도소를 시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에지필드=AP 연합뉴스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이 지난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에지필드에 있는 연방교도소를 시찰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에지필드=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6년 만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형을 집행한다. 8세 아동을 살해한 흉악범 등 연방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사형수 5명이 그 대상이다. 일각에서는 ‘사형제 찬성’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혀 온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겨냥,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고 시행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 법무부는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연방교정국(BOP)에 아동 살해로 유죄가 확정된 수감자 다섯 명에 대해 사형 집행을 예정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연방대법원에서 합헌 판정을 받은 새로운 독극물 주사 방식을 도입하도록 한 바 장관은 “법무부는 법에 의한 지배를 옹호하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해 사법체계에 의해 부과된 형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에 사형 집행이 결정된 5명은 모두 인디애나주(州) 테레 호테 연방교도소에 복역 중이며, 오는 12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차례로 처형된다. 이 중 대니얼 리(46)는 지난 1996년 아칸소주에서 8세 여아 등 세 명을 상대로 강도살인을 저질렀고 웨슬리 퍼키(67)는 1998년 캔자스시티에서 16세 소녀와 80세 노인을 살해했다. 또 레즈먼드 미첼(37)은 뉴멕시코 국경 인근에서 9세 여아와 그의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2003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법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성인 남성 두 명과 그들의 자녀(당시 10세, 6세) 등 5명을 죽인 더스틴 혼켄(51), 두 살배기 딸을 고문하고 살해한 알프레드 부어지(55)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사형 집행 재개와 관련해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이 깔린 움직임’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사형 집행을 바라는 유권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많은 사람들은 이번 발표가 현 정부의 정의 구현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과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한 뒤, “감세나 대법관 임명과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그의 지지자들에게 선물하는 것”이라는 잔 자이노 뉴욕 아이오나대 정치학과 교수의 해석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에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형제를 찬성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사형제 찬성 여론은 1996년 80%에 육박했고, 그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6년 50%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응답자의 54%가 사형제에 동의한다고 밝히는 등 최근 들어 오히려 찬성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흉악 범죄자는 사형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이를 자신의 이미지메이킹에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 1989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흑인 10대 소년 다섯 명이 백인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체포되자, 당시 저서 ‘거래의 기술’을 홍보 중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주요 신문에 수천달러를 퍼부어 사형제 지지 광고를 냈다. 이후 소년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 연방 사형제는 1988년 부활했지만 이후 단 세 건만 집행된 뒤 2003년 중단됐다.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25개주의 집행 건수도 1999년 9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어 지난해 25건을 기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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