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무자 ‘부정채용’ 재판 증언 “원서 마감 한달 후 제출
모집부분ㆍ외국어 점수 등 공란 채워달라 부탁해 다시 받아”
“KT에 지원할 뜻이 있었으면 서류나 자기소개서에 신경 쓸 텐데, 내가 받은 지원서에는 필수 항목조차 공란이어서 이 사람이 지원할 생각이 있는가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딸이 낸 입사지원서에 대해 KT 인사담당 직원이 내린 평가였다. 심지어 “실무자가 다칠까 봐 김 의원 딸의 원래 점수를 일부러 기록해뒀다”고도 했다.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 심리로 이석채 전 KT 회장,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등에 대한 본격적인 첫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2012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김 의원 등 사회 지도층의 청탁을 받고 시험 점수 등을 조작, 12명을 부정 합격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엔 그 당시 실무자였던 A씨가 증인으로 나와 부정채용 과정에 대해 진술했다.
A씨 증언에 따르면 김 의원의 딸은 2012년 9월 1일 시작된 ‘KT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응하지 않았다. 서류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ㆍ적성 검사까지 다 끝난 10월 18일에 가서야 이메일로 지원서를 보내왔다.
늦게 낸 지원서조차 엉터리였다. 채용부문, 모집부문, 외국어 점수, 자격증, 수상경력, 특이경험 등 반드시 써넣도록 한 항목을 다 비워뒀다. A씨가 “지원할 생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수준”이라 진술한 이유다. A씨는 결국 김 의원 딸에게 공란을 채워달라고 부탁해 다시 받았다. 면접 과정에 외부 위원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에게까지 엉터리 서류를 보여줄 순 없는 노릇이어서다. 다만 입사서류조작 등이 나중에 문제가 되면 실무자들이 다칠 우려가 있는 만큼 김 의원 딸의 실제 점수도 명확하게 기록해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그는 “직속 상관이 자존심 강한 분인데 ‘나도 힘들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진행해라’고 자주 푸념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KT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이듬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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