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래휴양단지 개발을 두고 행정당국과 장기간 갈등을 빚어 온 말레이시아 회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 제기를 예고했다.
26일 법무부에 따르면 버자야그룹은 한국ㆍ말레이시아 간 투자증진보호협정(BIT) 조항에 따른 국제투자분쟁 중재의향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버자야그룹은 중재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한국 정부와 법원이 협정을 어겨 4조4,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투자한 국가의 법령ㆍ정책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통상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ISD조항이 들어가 있다. 중재의향서는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전 통보 절차인데, 중재의향서 제출 후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버자야그룹가 참여한 예래단지 개발사업은 2017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예래동(중문단지 인근)에 숙박시설, 쇼핑센터, 카지노, 메디컬센터 등을 짓는 사업이었다. 2013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2015년 3월 대법원이 사업무효 판결을 내려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그러자 버자야 그룹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를 상대로 3,5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버자야그룹이 실제 ISD를 제기한다면, 지난달 중재의향서가 제출된 미국 게일인베스트먼트의 송도 개발사업을 포함해, 한국 정부에 제기되는 10번째 ISD가 된다. 버자야그룹은 부동산 개발, 호텔업, 복권업, 식음료업, 등 다방면에 걸친 사업을 하는 말레이시아 대기업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카디프시티의 구단주이기도 한 억만장자 벤센트 탄이 만든 회사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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