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출시돼 작년까지 누적 판매량 80억개, 연간 매출 700억원을 기록한 ‘국민과자’ 새우깡이 48년 동안 원료로 쓰던 국산 새우를 포기했다. 서해 오염이 심각해진 탓에 폐플라스틱 등 각종 폐기물이 섞인 새우가 납품되는 사례가 늘어 식품 제조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26일 농심에 따르면 그 동안 새우깡의 주 원료로 사용된 건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잡힌 꽃새우였다. 그러나 서해 수역 환경이 나빠지면서 7,8년 전부터 생물 새우 원료에 폐기물이 섞여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농심은 자체적으로 시설을 강화해 원료 선별 공정 과정에서 폐기물을 걸러냈다. 3년 전부터는 미국산 새우와 국산 새우를 반반씩 섞어 새우깡을 제조했다.
우리 어민들은 저인망식으로 꽃새우를 채취해 바다 밑에 깔린 폐기물이 어망에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산 새우는 중간 수심에서 그물을 들어 올리는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원물 상태가 깨끗하다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때문에 농심은 더 이상 국산 새우로는 품질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농심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품질과 소비자 안전”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매년 여름, 1년 동안 쓸 새우를 구매했는데 국산 새우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구입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연말 재고로 비축한 국산 새우가 모두 소진되면 내년부터는 100% 미국산 새우로 새우깡을 만들게 된다.
농심이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군산의 꽃새우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군산시 수협에 따르면 한때 1상자(14~15㎏)에 9만원이 넘었던 꽃새우 위탁판매 가격은 최근 2만8,000원 안팎까지 급락했다. 농심이 새우깡 원료를 수입산으로 돌리면서 판로가 사라진 탓이라는 게 군산시 수협의 설명이다. 농심은 한해 300~500여톤의 군산 꽃새우를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군산 꽃새우 전체 생산량의 60~70%에 달한다.
꽃새우를 채취하는 군산 지역 어민들은 수입산 새우 가격이 상자당 1만7,000원 가량으로 국내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농심이 군산 꽃새우를 외면하는 이유가 가격 때문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심은 “절대 가격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어민들 주장처럼 수입 새우와 국산 새우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도 않는다”며 “안타깝지만 서해 바다의 환경 악화로 꽃새우 품질이 예전 같지 않아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심은 다른 제품에는 100% 국내산 다시마(너구리 라면)와 국내산 꿀(꿀꽈배기 과자)을 쓴다. 새우깡에만 미국산 새우를 쓸 이유가 없으며 품질이 보장된다면 다시 국내산 새우로 새우깡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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