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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무역보복에 나선 이유는 “체면 때문”

입력
2019.07.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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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마 변호사 “강제징용 배상 판결 정당성 다 알아”

아베 신조(왼쪽) 일본 국무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 연합뉴스
아베 신조(왼쪽) 일본 국무총리와 고노 다로 외무상. 연합뉴스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아 무역 보복조치에 들어간 일본 정부가 판결의 정당성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일본 변호사의 주장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보복조치를 강행한 이유는 “국가의 체면” 때문이라고 이 변호사는 분석했다.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베 정권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이마 변호사는 히로시마 지방재판소를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1999년 패소)을 대리했고, 미쓰비시에 대한 배상 소송을 한국 법원에서 해보라고 제안하면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내려고 적극 도운 일본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주요 각료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끝났는데 우리 대법원이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역 보복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일 청구권 협정은 국가 대 국가의 문제이고, 개인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론이다. 더구나 우리 대법원의 판결은 피해자 개인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에 대한 것이므로 한일 청구권 협정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자이마 변호사는 “고노 다로 외무상도 개인청구권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마 다른 의견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또한 “아베 정권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어떤 국제법인가 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법률적 근거가 없는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제법 위반을 운운하며 무역 보복을 강행한 이유를 자이마 변호사는 “체면”에서 찾았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국가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국가가 모든 것을 이미 해결했으니 더 이상 들춰내지 말라는 속내”라고 분석했다.

빈약한 근거로 시작한 무역 보복조치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어떨까. 자이마 변호사는 “일본 국내 보도를 보면 경제계에서 대표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 일본 상황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요청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극히 일부의 우익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나빠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아베 정권의 현재 방식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이마 변호사는 현재의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기 위해 정상회담과 민간 교류 활성화를 제안했다. 그는 “양국 정상이 무릎을 맞대고 회담을 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각기 자국 내에서 (국민들이) 정권에 그런 요청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의 민중끼리 교류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큰 힘”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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