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미용사 임우규씨
40대 미용사가 머리를 깎다가 의식을 잃은 손님을 신속한 심폐소생술(CPR)로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북 안동소방서 등에 따르면 미용사 임우규(45ㆍ사진)씨는 지난 17일 오후 경북 안동시 용상동 자신의 미용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은 60대 남성 A씨에 대해 CPR을 실시, 의식을 돌아오게 한 뒤 긴급출동한 119에 인계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임씨의 미용실을 찾던 A씨는 의자에 앉아 임씨와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자르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임씨는 “A씨와 여름휴가 얘기를 하고 있었던데 갑자기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팔다리까지 온 몸이 축 늘어졌다”며 “숨을 쉬지 않고 목에 손가락을 대 보니 맥박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A씨를 바닥에 눕힌 뒤 곧바로 CPR에 돌입했다. 곁에 있던 다른 손님 B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임씨가 A씨의 심장을 80여차례 1분 가량 마사지했을 즈음 A씨는 갑자기 “헉”하며 숨을 쉬며 의식이 돌아왔다. 임씨는 출동중인 119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라 팔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잠시 후 도착한 119 구조대는 A씨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했고,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4시간 만에 퇴원했다. A씨 가족들은 조만간 A씨가 정밀검진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임씨가 정식으로 구조구급 교육을 이수한 적은 없다. 그는 “10년 전 부모님이 운영하던 목욕탕에서 한 손님이 쓰러져 숨진 것을 보고 심폐소생술에 관심이 생겼다”며 “그때 초동조치를 잘 했다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5년 전 예천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 설치된 CPR홍보부스도 지나치지 않고 인체모형을 놓고 직접 실습도 해 보았다. 임씨는 “단골손님 중에 119구조대원이 있는데, 그분에게 수시로 물어보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며 “평소 작은 관심이 한 생명을 살리게 된 셈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정식 구조구급교육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림 2임우규(왼쪽)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성(가운데)에게 흉부압박을 하는 동안 함께 있던 남성(오른쪽)이 119에 신고를 하고 있다. 임우규씨 제공
안동=류수현 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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