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도 일본 불매 열풍이 불고 있다. 고가의 일본 제품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좋은 한국 제품을 추천하거나 심지어 동호회에서 자체 제작한 상품을 쓰기도 하는 추세다.
낚시 동호회에서도 최근 화두는 ‘일본 제품 불매’다. 25만명 규모인 낚시 동호회의 한 회원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낚시 동호회도 동참할 것을 주장하며 “낚시에는 일본 제품이 유독 많은데, 어렵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마음을 보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글에는 ‘일본 여행 보이콧’ 등 현재 진행 중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언급하며 낚시인들도 참여하자는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동호회 운영진 김창희(40)씨는 25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불매운동 훨씬 전부터 욱일기를 포장지 전면에 붙인 특정 일본 브랜드 제품을 불매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요할 수는 없지만, 다들 각자의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 자구책을 마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낚시터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당하다. 지난해 일본산 낚시용품 수입액은 4,5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관세청의 낚시용품 수입 현황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낚시 릴 수입 국가 중 1위가 일본으로 전체 수입 릴 중 48.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한국산 제품이 어떤 게 좋은지 서로 공유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18일 한 동호회 회원이 “낚시 용품을 사려고 알아보면 일본 제품이 눈에 많이 보여서 무심코 사는 경향도 있다. 국산 제품을 알려달라”며 올린 글에는 대체품을 공유하는 내용으로 댓글 수십 개가 달리고 있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며 대체품을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 ‘노노재팬’에도 일본산 낚시 용품 대체품 목록이 자세히 소개됐다. 여기서도 사용자들은 낚싯대와 릴뿐만 아니라 낚시용 의류, 아이스박스, 구명조끼, 받침대 등에 걸쳐 한국산 대체품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참여자는 “하나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일본 제품 대신 ‘가성비’ 좋은 한국 제품을 써보자”고 독려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진 후 한국 낚시용품 업체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S업체 대표 이남호(52)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매출은 변화가 없지만, ‘써보니 한국 제품도 좋더라. 일본 제품을 앞으로 안 써도 될 것 같다’는 격려도 받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된다”며 “고객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제품 개발에도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낚시 동호회는 각자의 기호에 맞춘 ‘맞춤형 낚싯대’를 자체 제작해 공동 구매 형식으로 팔기도 한다.
한계점도 있다. 낚시 동호회 운영진 김씨는 “낚시 특성상, 손에 익숙한 제품을 계속 쓰다 보니 일본 제품을 쭉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낚싯대나 릴을 포함해 소모품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일부 회원은 “완전 불매가 어렵다면, 대신 2개 살 것을 1개만 사는 등 점진적으로라도 불매 운동을 하면 좋겠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씨는 “그럼에도 회원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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