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가면을 쓴 채 원룸 침입을 시도하는 듯한 영상을 꾸며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영상은 여성들의 공포심을 활용해 돈을 벌 목적으로 연출된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피에로 괴한 동영상’의 주인공 최모(34)씨를 25일 임의동행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유튜브에는 ‘2019/7/23 신림동, 소름돋는 사이코패스 도둑 cctv 실제상황’이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본문에는 “2019년 7월 23일 신림 택배 도둑”이라고 적혀 있었다.
1분 29초 분량의 영상에는 한 남성이 빨간색 피에로 가면을 쓰고 원룸 복도에 등장한다. 이 남성은 출입문에 귀를 댄 채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후 문 앞에 놓여 있는 택배 상자를 들고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남성이 사라진 직후 집 문이 열리며 주민이 바깥 상황을 살피는 장면이 이어진다.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이날 0시 15분쯤 최씨의 신원을 파악해 붙잡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회사 광고를 위해 영상을 찍어 올린 것이라고 실토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뒤에는 해당 영상이 연출된 것임을 밝히고 유튜브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1인 스타트업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사과문에서 “최근 신림동에서 주거침입 영상이 충격파를 던져준 것을 기억”해 이 같은 일을 꾸몄다고 털어놨다.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위해 혼자 공포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피에로와 슈렉 가면을 구입했는데 피에로가 더 무서워 업로드 했는데, 공포를 극대화하는 극적 장치였다”며 “영상만 봐도 섬뜩한 공포로 느껴졌을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사죄 드린다”라고 적었다.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여성 대상 범죄의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고 광고에 소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린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심이 극도로 높아졌는데, 이를 자극하면서 돈벌이 수단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이다.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여성 김모(32)씨는 “사과문을 읽어보면 자신이 마치 여성을 위하는 사업을 하는 것처럼 적어놨지만, 전혀 공감이 안 됐고 여성 대상 범죄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일종의 여성혐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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