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기 범죄를 그린 영화 ‘돈’ 스틸이미지. 쇼박스 제공

최근 범죄통계에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재산범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절도죄가 감소하고 사기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도 보물선 투자사기나 비트코인 채굴사기에 대해 떠들썩하게 보도되었지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기에 사기는 상당히 친숙하고 일상적인 범죄이다. 그러나 막상 실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사기범죄는 여느 강력범죄 못지않게 피해가 크고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여러 통계에서 사기범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재범율이 매우 높아서 다른 범죄에 비해 전과 5범 이상의 비중이 두드러진다. 사기범죄의 피해액은 절도의 그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빈곤과 질병, 자살, 가정해체, 우울증 등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사기범죄는 가까운 사이에서 빈번하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고 공동체의 분열을 야기하는데, 특히 경제적ㆍ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보다 치명적이다. 이렇게 피해가 심각한 사기범죄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기는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에 기반하여 기망을 통해 착오를 일으키는 것을 구조로 하는 범죄이다. 우리 ‘형법’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347조)고 하여 사기범죄의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은 매우 단순해서, 어떤 행위에서 기망, 착오, 처분행위와 그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사기범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기범죄를 이 문언으로 포섭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이에 대한 법적 평가와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조금 어렵게 표현해보면 ‘민사불법(책임)과 형사불법(책임)의 차이’ 또는 ‘채무불이행과 사기범죄의 구별’ 정도가 되겠다. 다소 일반화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기한에 받지 못한 사태의 법적 표현은 ‘채무불이행’이다. 즉 빌려준 자와 빌린 자가 각각 채권자와 채무자가 되어 민사 책임이 문제될 뿐이다. 당연히 채권자는 민사소송에서 사실관계를 입증하고 채무자에게 원금과 이자에 대한 법적 권리를 확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리려는 자가 처음부터 갚지 않을 생각으로 또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마치 갚을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속였다면[기망], 그리고 이에 속은[착오]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었다면[처분행위] 사기범죄가 성립하고 형사책임이 문제된다. 이 경우 행위의 방법과 피해 정도에 따라 ‘형법’상 다른 법조를 적용하거나, ‘유사수신행위법’ ‘방문판매법’ ‘자본시장법’ ‘여신전문금융업법’ ‘특정경제범죄법’ 등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의 것이므로, 사기범죄자는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심지어 벌금형을 받더라도,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책임 즉 민사책임은 여전히 남게 된다. 이 때 사기 피해자는 고소를 통해 가해자를 처벌받게 할 수도 있고, 채권자로서 민사소송을 통해 적어도 자신의 채권(원금과 이자)을 법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 채무자에게 책임재산이 있는지 여부 및 실제로 채권을 집행할 수 있는지는 별개지만 말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돈을 빌려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형식이 ‘투자’인 경우이다. 투자는, 수익에 비례하는 손실(위험)의 가능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개인이 손실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위로 평가된다. 즉 투자에 따른 수익이 온전히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처럼, 그로 인한 손실 또한 온전히 개인의 부담인 것이다(주식 투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때문에 법적 지위가- 채권자가 아닌- 투자자인 경우에는 빌려준 원금조차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심지어 범죄자가 적극적으로 기망하여 재산을 편취해서 사기범죄가 성립하더라도, 투자의 형식을 빌리게 되면 사기범죄자에게는 피해자가 투자한 재산을 회복해주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오늘날 사회는 위험(리스크)을 관리하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속성으로 하는 금융화(financialization)가 일상이다. 전문가들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확률에 의존하는 파생상품, 초기 설계자만 수익을 창출하는 다단계의 구조, 일반인들은 그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암호화폐 관련 사업 등은 한층 심화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존하는 금융업이다. 때문에 금융업자의 설명의무와 정보공시 등이 중요한 법적 쟁점으로 강조된다. 이러한 의무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수요자들에게 돌아갈 뿐만 아니라 금융을 매개로 하는 범죄행위와 범죄수익이 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케인스, 민스키 등 경제학자들은 자본주의 경제 체계에 내재된 인플레이션과 심화되는 불평등, 그리고 금융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한다. 법 체계의 관점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규제를 설계하는 것이 국가의 시급한 책무라고 할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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