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복선전철 건설에 처음 도입
상인들은 “연약지반에 상가 밀집지역인데…”
2024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신안산선 복선전철’의 서울 구로구 구간에 깊이 70m 규모의 ‘수직구 공법이’ 적용돼 인근 상인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수직구 주변에 상가가 밀집했고 LPG충전소까지 있어 “지반침하 시 피해가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28일 구로구와 서울 지하철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상인 등에 따르면 구로디지털단지역은 경기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역에서 여의도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43.6㎞인 신안산선의 환승역 중 하나로 계획됐다.
다음달 중 착공을 위해 구로구는 이달 1일 실시계획 승인에 관한 주민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구로디지털단지역 1번 출구 근처 상가 주차장 등을 수용 및 임대, 수직구 공사에 활용하기 위한 절차다.
신안산선 건설에 적용하는 수직구는 깊이 약 70m에 지름 23m 규모다. 공장에서 제작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바닥부터 쌓아 올려 지하에 거대한 원통을 만드는 방식이다. 신안산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구간 지하 토사 반출 및 공사 기자재 반입에 사용하고, 공사(60개월)가 끝나면 승객용 엘리베이터 통로로 활용될 예정이다.
수직구는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 공기를 단축하는 공법인데, 상인들은 “최근에야 충남 부여군에서 시험 시공이 됐을 뿐 실제 공사는 처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공사에서 안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연약지반 지역에서 적용하는 점을 불안해한다.
수직구 예정지 인근 건물 공동소유주인 김모(39)씨는 “도림천과 신림천 지류에 인접해 지반이 약하고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장마철에는 가게로도 물이 들어온다”며 “수직구를 뚫을 경우 주변 지반이 영향을 받아 싱크홀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선거리로 43m 떨어진 곳에 준공한 지 40년 된 LPG충전소가 있다는 것도 걱정을 키우고 있다. 만약 하천변 연약 지반이 침하되면 LPG충전소 지하 저장시설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10만명 이상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이용하고, 먹자골목인 ‘깔깔거리’와도 가까운 곳이라 상권 위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인근에서 외식업을 준비 중인 A씨는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포함해 수억 원을 투자했다”며 “5년간 공사를 하면 덤프트럭이 드나들면 영업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로구청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인식하고 있다. 구로구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건축 계획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 안전문제나 재산권 침해 등을 고려해 수직구 위치를 최대한 사유지에 안 겹치게 해달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와 시공사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넥스트레인은 수직구 공법에 대해 “해외에서 많이 검증됐고, 안전성 측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입장이다. 넥스트레인 관계자는 “하천 수위가 올라가는 것을 막는 동시에 2호선과의 환승거리를 감안하면 현재의 수직구 위치가 최적”이라며 “상가 쪽에 별도의 도로를 개통해주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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