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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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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사망’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

입력
2019.07.26 04:40
수정
2019.07.26 13: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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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앞에서 고유정의 현 남편 A씨가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앞에서 고유정의 현 남편 A씨가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유기 혐의로 지난 23일 법정에 선 고유정(36). 그에겐 참혹한 의혹이 하나 더 따라 다닌다. 지난 3월 2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의붓아들 B군(5)의 의문사 사건이다. 이 또한 두 말할 필요 없이 고유정의 소행이라는 게 압도적인 여론이다. 전 남편을 그리 할 정도면, 아들 B군에게도 그런 짓을 못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유정의 현 남편 A(37)씨에 대해 “전 남편처럼 당했을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상당경찰서는 고유정은 물론, 남편 A씨의 과실치사 가능성도 열어 두고 수사 중이다. 남편은 펄쩍 뛴다. 전 남편 살해 사건을 보고 그제서야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진실을 밝혀보고자 뒤늦게 고유정을 고소했는데, 되레 자신이 의심받으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선 ‘경찰이 자신들의 수사 부실을 덮기 위해 사건을 애매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돈다. ‘왜 고유정을 감싸고 도느냐’는 비판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경찰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지난 6월 7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이 지난 6월 7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쟁점①: 차이 나는 고유정 취침 시간 

남편은 아들이 숨지기 전날인 3월 1일 저녁 고유정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주장해왔다. 자신이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는데, 고유정이 준 카레와 차 등에 수면유도제 ‘졸피뎀’이 들어 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일 이뤄진 고유정과의 대질신문에서 남편은 “그날 오후 10시쯤 아이를 재우고 차를 마신 뒤 고유정이 먼저 방에 들어갔고, 나는 공부방에서 자정 조금 넘어서까지 책을 읽다 잠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유정은 “아이를 재운 뒤 2시간 정도 남편과 함께 있었고, 공부방에서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찰이 공부방 데스크톱 PC를 분석했더니 고유정이 3월 2일 새벽 0시 5분쯤 자기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접속한 기록이 나왔다. 고유정 진술에 더 무게가 실린다. 남편 측 변호인은 “책을 읽던 중이라 고유정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일 뿐”이라 반박했다.

 ◇쟁점②: 약을 먹은 건 고유정이었다? 

전 남편 사건으로 인해 고유정의 핵심 키워드는 ‘졸피뎀’이 됐다. 그 덕에 아들 의문사 사건에서도 졸피뎀이 쟁점이다. 이 사안이 알려진 초기 고유정이 지난해 11월 졸피뎀 처방을 받았다는 추측성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고유정의 당시 처방전엔 졸피뎀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불안장애 치료제이자 수면제의 일종인 ‘알프람’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의 털을 뽑아 약물 투약 여부를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졸피뎀과 알프람은 물론, 다른 약물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당시 고유정이 다른 방에서 따로 잔 이유는 ‘감기 기운’이었는데, 남편의 신용 카드 내역엔 아파트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구입한 기록이 남아있다. 대질신문 당시 고유정은 ‘남편이 감기약을 사 줘서 먹었다’고 주장했고 남편은 이를 부인했는데, 물증은 고유정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남편 측은 “고유정이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심하지 않았던 정도로만 기억한다”며 “세세한 기억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유정 주변 인물 관계도. 강준구 기자
고유정 주변 인물 관계도. 강준구 기자

 ◇쟁점③: 카톡 대화에서 나온 남편의 잠버릇 

경찰이 아예 아들의 타살 가능성을 배제한 채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나오자 경찰은 지난 24일 국과수의 부검결과를 공개했다. ‘아들이 엎드린 채 전신이 10분 이상 눌려 새벽 5시 전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이었다.

남편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잠결에 자신이 다리를 올려놓아 아들이 숨졌을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 주장은 상식적으로도 지지를 받았다. 아들이, 갓난 아이도 아닌 다섯 살이나 되는 아이인데, 잠결에 어른 다리에 깔려 숨진다는 게 어색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올해 2월 남편과 고유정간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는 남편의 ‘고약한 잠버릇’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난해 11월 대화에는 고유정이 ‘최근 몸으로 누르는 식의 잠꼬대를 하더라’며 남편을 걱정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지난 2월에는 ‘잠 잘 때 심하게 뒤척이는 등 몸버릇이 나쁘니 영양제를 사다 주겠다’고 고유정이 남편에게 제안하는 대목도 있다. 이에 대해 남편 측은 "대화 맥락을 보면 남편이 잠버릇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11월의 경우 고유정의 가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던 중이라 특별히 답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와 재판 어디로 향할까 

어느 쪽으로든 확신은 이르다. 고유정은 전 남편 살해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한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PC접속 기록, 감기약 카드 결제, 잠버릇에 대한 카톡 대화 등이 범행을 의도한 상태에서 고유정에 의해 정교하게 연출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충북경찰청 등은 수사가 “9.5부 능선을 넘은 상황”이라고 밝힌 상태다. 경찰은 이 퍼즐을 어떻게 맞출까.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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