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로 유명한 남기남 감독이 24일 별세했다.
유족과 영화계에 따르면 남 감독은 3개월 전 암 진단을 받고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입원해 투병해 오다 이날 오후 눈을 감았다. 향년 77세.
남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영화를 찍어 내기로 충무로에서 유명하다. 1972년 데뷔한 후 2010년대까지 40년간 10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른 작업 속도 탓에 만듦새는 엉성했지만, 그런 극단성에 열광하는 일부 영화팬들 사이에선 ‘컬트 감독’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남 감독은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1960년 한형모 감독의 ‘왕자 호동과 낙랑 공주’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이후 장일호, 변장호, 임원식, 신경균 등 많은 감독 밑에서 연출 공부를 했고, 1972년 김지미, 태현실, 허장강, 이대엽 등이 주연을 맡은 ‘내 딸아 울지 마라’로 감독 데뷔했다. 이후에는 B급 액션 영화와 코미디 영화 위주로 작품을 연출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미스터 O’(1977), ‘불타는 소림사’(1978), ‘신정무문’(1978), ‘평양맨발’(1980), ‘열번 찍어 안 넘어간 사나이’(1980), ‘사형삼걸’(1981), ‘평양 박치기’(1982), ‘나 이렇게 산다우’(1983), ‘서울은 여자를 좋아해’(1987), ‘머저리와 도둑놈’(1998) 등이 있다.
남 감독의 최고 흥행작은 ‘영구와 땡칠이’(1989)다. 당시 비공식 집계로 200만~270만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영구와 땡칠이2-소림사 가다’(1989), ‘영구와 땡칠이4- 홍콩 할매귀신’(1991), ‘영구와 황금박쥐’(1991) 등 시리즈를 이어가며 개그맨 심형래와 작업했다.
2003년에는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박준형과 정종철, 이승환, 임혁필, 김기수, 김다래, 이정수 등 인기 개그맨들과 함께 영화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를 만들기도 했다. 유작은 2010년 개봉한 ‘동자 대소동’이다.
남 감독은 2009년 제47회 영화의 날 기념식에서 공로영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당시 “내가 영화 인생 50년에 단상에 올라와서 상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찍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소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장례식장 3층 7호실, 발인은 26일 낮 12시. (02-792-1634)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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