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분기 대비 1.1% 성장했다. 7개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지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0.4%)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데다가 정부 재정지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수치여서 긍정적 평가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국민 실질소득 지표인 국내총소득(GDI)은 0.6% 급감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보다 1.1%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2017년 3분기(1.5%) 이래 가장 높다.
경제주체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정부의 성장기여도가 전체 성장률보다 높은 1.3%포인트를 기록했다. 1분기 기여도(-0.6%포인트)에서 대폭 반등한 것으로, 1분기 적체 현상을 보였던 재정사업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1분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했지만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돈이 공급된 건 2분기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집계됐다.
지출항목별로는 1분기 역성장의 주요인이었던 설비투자와 수출이 각각 2.4%, 2.3% 증가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0.2%포인트, 0.9%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운송장비 투자와 자동차·반도체 수출이 직전 분기보다 나아진 영향이다. 민간소비는 의류, 의료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0.7% 증가했고, 정부소비는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등을 중심으로 2.5% 늘었다. 생산부문 기준으론 제조업 성장률이 1분기 -3.3%에서 1.8%로 반등하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2분기 성장률 개선은 그러나 비교대상인 1분기의 실적이 워낙 나빴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전년 동기(2018년 2분기)를 비교시점으로 삼으면 2분기 성장률은 2.1%로, 지난 1분기(1.7%)와 작년 3분기(2.1%)를 제외하면 2015년 2분기(2.0%) 이래 가장 낮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역시 전년동기 대비로는 각각 7.8%, 3.5% 감소하며 5개 분기째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상품수출 증가율 역시 1분기 -0.9%, 2분기 -0.6%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분기 1.1% 성장은 마이너스 성장 이후 반등 효과가 분명히 반영된 수치”라며 “정부가 성장에 역할을 했지만, 민간투자와 수출이 여전히 약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GDI는 전년동기 감소율(-0.5%)로 따지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 1분기(-2.5%) 이래 10년여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GDI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손익을 GDP와 합산한 수치인데, 우리나라 교역조건(순상품교역조건지수 기준)은 수출단가가 수입단가에 비해 불리해지면서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악화되고 있다.
한편 한은은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번 2분기 성장률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이 상반기 1.9%, 하반기 2.4%의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거란 예측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3, 4분기에 각각 전기 대비 0.8∼0.9% 성장하면 연간 2.2%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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