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동쪽 변방인 동부누사텡가라주(州) 한 섬에 사는 중학생 로슬린다(14)양이 유엔에서 어른들을 향해 연설했다. 단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는 이 소녀는 경유지인 서울에서 12시간을 머문 걸 제외하고도 30시간 넘게 여행을 한 후 미국 뉴욕에 닿았다.
2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로슬린다양은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고위급 정치포럼에 참석해 다섯 차례 연설했다. 지난 15일 유니세프(UNICEFㆍ유엔아동기금) 본부에선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와의 논의에 아이들을 참여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함께 일합시다. 국내 또는 국제 사회의 의사결정권자라면 우리 말을 잘 듣고 지켜주십시오”라고 영어로 연설했다. 로슬린다양은 △모든 아동에게 출생증명서 제공 △아동폭력 신고제도 최적화 △정부 의사 결정에 어린이들의 참여 △조혼 폐지 4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모든 아동에게 출생증명서 제공은 로슬린다양이 직접 행동에 나서서 일군 성취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때인 2016년부터 기독교 구호단체 월드비전의 인도네시아 현지 협력단체에서 활동했다. 마을에선 아동포럼을 이끌고 있다. 로슬린다양의 마을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하나뿐이다. 고등학교를 가려면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는데 출생증명서가 없으면 입학이 불가능하다. 워낙 시골이라 부모들이 출생증명서를 신청하러 도시에 나갈 돈이 없어서다. 로슬린다양이 주도한 아동포럼은 마을 관청에 출생증명서 발급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지난해 받아들여졌다. 로슬린다양은 “이제 우리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출생증명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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