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일본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만나 “미국은 한일 관계에 적극적인 중재 의사”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볼턴 보좌관이 지난 22일 고노 외무장관과의 회담 자리에서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연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당사국 간의 해결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고노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에게 “강제 징용 문제로 국가 간 약속을 어기고 중재 절차에도 응하지 않는 한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한 정당한 조치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또 역사 인식이 얽힌 양국 문제에 미국은 원칙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면서 일본 정부는 미국의 중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 일본 정부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미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볼턴 보좌관은 일본에 이어 23일 한국을 방문, 다음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40분간 회동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강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한일 사이에 추가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기본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욱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일본의 보복성 조치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으로 '외교적 해법'에 공감했다는 외교부 설명은 결국 '상황 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고 대화에 임하라'는 한미의 조율된 대(對) 일본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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