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 맞는 개선안에 따르겠다” 의견 경청
지나치게 많은 사건이 상고심까지 올라오는 대법원의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이 학계 인사들을 초청, 직접 간담회를 열었다. 상고제도 개선은 오래 묵은 난제이지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이 바로 상고법원 도입 문제로 시작됐기 때문에,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김 대법원장이 상고제도 개편 문제를 공론화하며 논의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법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김대정 한국민사법학회 회장, 이상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 정선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법원장은 “헌법이 정한 사법부의 역할에 부합하고 우리의 실정에 맞는다면 그 개선안을 따를 의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상고제도 개편에 관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3심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대법원은 최종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이 점차 증가하면서 상고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심 사건은 1년에 약 4만8,000건(대법관 1인당 약 3,700건)으로, 1990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대법원과 학계에서는 그 동안 현행 상고제도의 대안으로 △상고법원 도입 △대법관 증원 △상고허가제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우선 상고법원 도입은 대법원이 3심 중 사회적 영향이 크거나 중요한 사건만 맡고, 그렇지 않은 사건은 별도의 법원에 넘기는 방안이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나, 국회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추진 과정에서 제도 도입의 키를 쥔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 관련 논의를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현재 논의에선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안은 상고허가제다. 중요한 사건만 상고심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개인 간 분쟁 등은 2심으로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앞서 1980년 도입됐던 상고허가제가 10년만에 폐지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날 간담회는 그 동안 거론됐던 상고제도 개편 방안들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상고법원과 상고허가제 외에도 △대법관 수를 현실에 맞게 늘리는 방안 △고등법원 상고부를 설치해 심리불속행(법이 정한 상고 이유를 포함하지 않은 사건은 이유 설명 없이 기각하는 것) 사건을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 △대법원을 이원적으로 구성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에 참석한 대법원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각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상고제도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며 “상고제도가 시급하게 개편돼야 하고, 사실심 충실화 방안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앞으로도 상고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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