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명승부가 펼쳐진 여자 자유형 200m에서 승리를 거머쥔 건 ‘백전노장’ 페데리카 펠레그리니(31ㆍ이탈리아)였다. 펠레그리니는 스타트에서의 실수로 첫 50m에서 7위로 내려앉았으나, 남은 150m에서 믿기지 않는 역영으로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펠레그리니는 24일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펼쳐진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54초22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었다. 2위는 1분54초66을 기록한 ‘신성’ 아리안 티트머스(19ㆍ호주), 3위는 1분54초78의 사라 셰스트룀(26ㆍ스웨덴)의 차지였다. 펠레그리니는 2005년 몬트리올 대회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m 자유형 한 종목에서만 8회 연속 메달(금메달 4개ㆍ은메달 3개ㆍ동메달 1개)을 따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번 대회 여자 자유형 200m는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2ㆍ미국)가 질병을 이유로 일찌감치 기권하며 펠레그리니와 티트머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펠레그리니는 이 종목 세계기록(1분52초98)을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선수로, 2017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서도 러데키를 제압하고 정상에 오른 바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이탈리아 여자 선수 사상 최초로 올림픽 수영 종목 금메달을 차지한 조국의 영웅이기도 한다.
반면 티트머스는 19살의 나이에 러데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자유형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킨 신성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12세 차이가 나 띠 동갑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도 펠레그리니가 1분55초14, 티트머스가 1분55초36을 기록하며 나란히 1, 2위로 결승에 진출해 멋진 승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예상대로 결승에서 불꽃 튀는 승부가 펼쳐졌다. 스타트에선 둘 모두 실수를 했다. 첫 50m에서 티트머스는 4위, 펠레그리니는 7위로 처졌다. 하지만 두 선수는 힘차게 팔을 저으며 양 옆의 선수들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100m 구간에선 티트머스가 1위, 펠레그리니가 4위로 치고 나왔고 50m를 남기고 티트머스가 선두에 선 가운데 펠레그리니가 2위까지 쫓아왔다.
결국 마지막 50m에서 승부가 갈렸다. 양 선수가 나란히 역영을 펼치며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스타트 반응 속도가 0.77초로 가장 늦었던 티트머스가 초반 힘을 뺀 탓인지 펠레그리니(0.74초)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펠레그리니가 가장 먼저 터치 패드에 손을 갖다 대며 2연패에 성공했다.
펠레그리니는 내년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다. 펠레그리니는 지난해 이탈리아 매체 일수시디아리오와의 인터뷰에서 “은퇴가 두렵지 않다. 2020년 나에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테니까”라며 은퇴를 예고했었다.
광주=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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