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집회를 이어가는 홍콩 시위대에 중국 본토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홍콩 개입을 강조한 옛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생전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실제 홍콩에 인민군 파견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본토가 홍콩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덩샤오핑의 발언이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 주권을 돌려받은 뒤 홍콩에서 동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중앙정부는 개입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군대가 홍콩에 주둔하면 동란을 막을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
중국이 영국에서 홍콩을 돌려받을 때 협상 대표단을 이끌었던 저우난(周南)은 덩샤오핑이 홍콩 사회 안팎에 불안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그는 덩샤오핑이 중앙정부의 사전 대비를 강조했다면서 "일부 폭도들은 국가 주권과 단결을 지키려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에 더욱 적극 개입할 태세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첸(吳謙)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 국무원 신문 판공실에서 열린 ‘신시대 중국 국방’ 국방백서 기자회견에서 "최근 들어 홍콩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홍콩 군 주둔법은 명확한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의 요청이 있다면 사태 해결을 위해 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 대변인은 또 최근 시위에서 중앙인민정부 홍콩 특별행정구 연락판공실(연락사무소) 건물이 공격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일부 급진적 시위자의 행동은 중국 중앙정부의 권위와 ‘일국양제’ 원칙과 마지노선에 도전하는 것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범죄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7주째 이어지며 반(反)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43만명이 참여한 21일 시위에서는 일부가 연락사무소 건물을 향해 달걀을 던지고 중앙정부 휘장에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기도 했다. 이에 시위대를 겨냥한 무차별 폭행사건, 이른바 ‘백색(白色) 테러’까지 벌어지면서 홍콩 내 반중(反中) 세력과 중국 간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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