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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방관, 일본ㆍ중국ㆍ러시아는 공세… 지뢰밭에 선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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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방관, 일본ㆍ중국ㆍ러시아는 공세… 지뢰밭에 선 한국 외교

입력
2019.07.25 04:40
수정
2019.07.25 07: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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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국가ㆍ진영 편가르기보단 경제ㆍ영토 사안별 유연한 접근을”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사진은 중국 H-6 폭격기 모습.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5대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사진은 중국 H-6 폭격기 모습.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제공자료 캡처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섰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 격화로 동북아시아에 신(新)냉전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에서, 냉전 시기 한 배를 탔던 일본과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미일 결속이 이완되지 않도록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냉전 분위기 고착을 막기 위해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 사태까지 동반한 중국과 러시아의 23일 연합 초계(적 습격에 대비한 경계) 비행은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맞선 두 강대국의 전략적 공조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하이(上海) 협력기구’라는 틀을 만들어 안보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중러 양국은 4월 말과 5월 초 사이 중국 칭다오(靑島) 근해에서 이미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시점에 두 나라가 한일 영토 분쟁 중인 독도 주변에서 영공 침범이라는 도발적 행위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도발에 대응하면서 일본과도 싸워야 하는 등 한반도 주변 3국을 상대로 동시에 외교전을 펼쳐야 했다. 우리 국방부가 자국 영토 침범이라며 슬그머니 독도 영유권 시비를 걸고 나선 일본을 상대로 “일본 측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정색했지만, 한일관계는 그 만큼 악화일로에 놓이게 됐다. 러시아와 중국이 한일 양국에 또 다른 싸움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관련 정부 의견서 제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일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관련 정부 의견서 제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개입 주저로 흔들리는 한미일 3국 공조 체계의 ‘약한 고리’가 한국이라는 판단 하에 과감한 행동을 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미 핵 협상 국면에서 미국을 상대로 안보 우려 해소라는 비핵화 보상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북한을 포섭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며 “중러가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려는 한국까지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려고 ‘찔러보기’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일 공조 유지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중러의 ‘흔들기’는 한일관계 개선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정치ㆍ경제ㆍ군사 영역에서 전방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한일관계 악화는 내심 즐거운 일”이라며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영토 분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경우 양국 관계는 더 나빠질 게 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척시켜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한미일 공조체계 약화나 기존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의 지속은 모두 달갑지 않은 일이다. 경제적 의존도나 향후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전통적 우방인 미국에 치우쳐 중국ㆍ러시아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첨예한 경쟁 구도에서 특정 국가 편을 들거나 진영에 가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무역 마찰과 관련해서는 자유무역 원칙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식으로 일관된 기준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의 경쟁 탓에 처지가 곤란해진 다른 나라들과도 전략적으로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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