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에 사는 마이클 음강가는 중국 쿵푸영화를 즐겨 본다.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설립한 디지털 위성TV 사업자인 ‘스타타임스’의 방송을 통해서다. 과거 케냐에선 시청 가능한 채널은 2, 3개에 불과했지만,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타임스에 가입하면 월 4달러(약 4,7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뉴스와 영화, 드라마, 스포츠 등 수백 개 채널을 볼 수 있게 됐다. 음강가는 “많은 TV채널을 확보하는 건 중요하다”며 “세상이 매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근 들어 중국이 급속하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아닌 ‘TV의 힘’이었다고 미국 CNN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TV 보급 및 방송서비스에 앞장섬으로써 지구촌 이슈에 대한 중국의 견해를 전파하는 한편, 자국 위상을 강화하면서 ‘소프트파워’의 진정한 힘을 보여 줬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서방 세계에서 아프리카를 ‘희망 없는 대륙’으로 바라보면서 총 1조달러(약 1,178조원)에 달하는 개발 원조를 제공했을 때 중국의 접근법은 전혀 달랐다. 낙후한 통신 인프라 시장 진출이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트랜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잇따라 아프리카로 향했고, 곧이어 스타타임스도 르완다, 케냐와 잠비아 등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결정적인 건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1만 마을 TV 보급 프로젝트’였다. 케냐와 잠비아 등 25개 국가, 시골마을 1만 곳을 상대로 스타타임스가 주도한 이 사업을 통해 과거 엘리트층의 전유물이었던 TV를 일반 서민들도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아프리카 30개국에서 방송 중인 스타타임스 가입자는 무려 1,000만명에 달한다. CNN은 “스타타임스는 서구의 뉴스를 각 가정에서 밀어냈고, 케냐와 잠비아의 TV 네트워크를 통제하고 있다”라며 “원하기만 한다면 해당 국가들의 TV를 ‘블랙 아웃’(방송 중단)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타타임스는 실제로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다. 예컨대 중국 국영뉴스인 CGTN은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이 지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의사의 17%가 중국인임을 강조해 방송했다. 또, 중국 인구(14억 2,000만명)의 절반이 시골에서 살고 있는데도, 뉴스나 드라마 등에서 중국은 주로 ‘부유하고 현대화한 국가’로만 묘사된다. 스타타임스가 TV를 보급한 마을 곳곳엔 케냐와 중국의 국기를 나란히 그린 벽화들이 있다. 하가이 카넨가 잠비아대 연구원은 “스타타임스와 중국 정부는 분리될 수 없다. 이곳에서 둘은 하나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결국 스타타임스는 아프리카 공영방송을 통제하려 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화웨이의 5G 글로벌 통신시장 장악 가능성을 경계하는 서방의 의구심과 유사한 논리다. CNN은 “중국 기업이 대(對)아프리카 투자를 늘릴수록 베이징의 소프트파워는 커지고 시장 지배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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