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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서 옷 사면 다른 쇼핑백에 넣고 나와요”

입력
2019.07.25 04:40
수정
2019.07.25 14: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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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박구원 기자

“눈치 보여서 유니클로 로고가 들어간 쇼핑백을 들고 다니기 힘들어요.”

직장인 이보람(36)씨는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4호선 사당역)에 있는 일본의 SPA(제조ㆍ유통 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에 가기 위해 백화점 쇼핑백을 따로 하나 챙겼다. 매장에서 제품을 담아주는 유니클로 로고가 들어간 쇼핑백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씨는 속옷과 티셔츠 등 현재 세일중인 상품을 구매한 뒤, 매장 밖으로 나와 미리 준비해 간 백화점 쇼핑백에 다시 담았다. 그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데 유니클로 쇼핑백을 갖고 다니면 개념 없어 보일까 봐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른바 ‘개념 소비’ 움직임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제품을 구입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의 할인 판매 전략과 맞물려 일부 소비자들은 ‘눈치 작전’ 속에 구매를 늘리는 ‘이상 소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니클로 등 일본제품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온라인몰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주부 이수진(41ㆍ가명)씨도 며칠 전 유니클로 매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매장 앞을 지나던 젊은 커플이 “어머나, 지금이 어느 때인데…”라며 못마땅한 눈길을 보냈기 때문이다.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이씨는 매장 방문 대신 유니클로 온라인몰을 택했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세일 기간 중 매장에 없는 제품까지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들 속옷 같은 경우 유니클로 제품이 가격이나 품질이 적당해 주로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지난 5,6월 3차에 걸쳐 대대적인 ‘여름 감사제’ 할인 행사를 진행한 이후 곧바로 이달 25일까지 ‘여름 세일’을 이어가고 있다. 3만~5만원대 제품을 1만~3만원대에 할인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 입장에선 쉽게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 된다.

국내 한 SPA브랜드 관계자는 “의류 같은 경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입어본 뒤 값이 저렴한 온라인몰에서 쇼핑하는 형태가 고착화된 지 오래”라며 “해외직구 등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택배노조가 일본제품 배송 거부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유니클로는 욱일승천기 무늬 사용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지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2014년 9월~2015년 8월 매출은 1조원을 넘었고, 최근 5년간 매출액도 50%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을 강요하는 행위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석현 YMCA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소비자 개개인이 불매운동에 동참을 호소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질타하거나 동참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소비자 권익 차원에서도 상대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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