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속초서 러시아 가던 홍게어선, 기관 고장 표류 중 북측에 인도
우리 국민 2명을 태운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 8일째(24일 기준) 억류돼 있다. 북한은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와 소통하고 있지만, ‘관련 사항을 파악해달라’는 남측 요구엔 일주일째 묵묵부답이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강원 속초항을 출발한 러시아 어선 ‘샹하이린(XIANG HAI LIN) 8’호가 기관 고장으로 동해상 북한 수역에서 표류하다가 17일 북한 당국에 발견, 북측으로 인도됐다. 여기엔 기술지도ㆍ감독 계약을 맺고 합류한 우리 국민 2명이 있었다. 해당 선박은 약 300톤 규모의 홍게잡이 어선으로 러시아 연해주의 자루비노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18일 관련 상황을 인지한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관련 사실을 파악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19일엔 대한적십자사 회장 명의의 대북 통지문을 보내 ‘승조원 일정 재개 또는 귀환에 협조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연락사무소 접촉을 통해서도 수 차례 북측에 회신을 요구했지만 24일 오후까지 북한은 우리 정부에 어떤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 국민 신변과 관련한 사항을 러시아를 통해 파악해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주북 러시아 대사관 영사가 현장에서 파악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신변은 안전하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과 함께 선박에 타고 있던 러시아 국적 선원 15명은 별도로 마련된 숙소에 머무르며 표류 경위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억류 사유로 ‘사전 통보 없이 북한 수역에 들어왔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우리 국민 신변과 관련한 정보를 수시로 공유 받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 협의 채널 및 러시아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인하고 긍정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단속된 외국 선박에 우리 국민이 탑승했던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거 우리 어선이 월북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2010년 대성호를 31일 만에, 2017년 흥진호를 일주일 만에 돌려보냈다. 해당 선박엔 각각 7명, 10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