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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 수출규제, WTO 규정 정면위반" 日 "안보상 이유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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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 수출규제, WTO 규정 정면위반" 日 "안보상 이유로 관리"

입력
2019.07.25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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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바 WTO 일반이사회에서 정부, 日조치 부당함 조목조목 지적 

 현지에서 대표단 1대 1 협의 제안도... 日, 별도 대답 않고 회피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뒤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한 뒤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총 14개의 안건 중 11번째로 상정된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논의되자 한일 양국 대표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국과 일본 대표단은 회의장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았지만, 무거운 침묵 속에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회의 의장인 주제네바 태국 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 제안국으로서 먼저 발언권을 얻은 우리 정부 측 대표인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164개 회원국 대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김 실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WTO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김 실장은 일본의 조치가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일 간 갈등에 따른 조치였다는 점을 회원국들에 설명했다. 아울러 정치적 목적으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김 실장은 G20 의장국으로서 자유ㆍ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일본이 불과 한 달 만에 이와 정반대의 조치를 한국에 취한 것에 항의했고, 일본의 조치는 국제 분업구조상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산업생산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회원국들을 설득했다.

김 실장은 일본이 그간 우리 정부의 협의 요청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양국 관계부처의 고위급이 이사회 참석차 제네바에 온 만큼 현지에서 양국 대표단 간 별도의 1대1 협의를 진행할 것을 일본 측에 전격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 측 발언자로 나선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주제네바 대사는 이사회에서 “일본의 조치는 강제징용 사안과 무관하며, 이는 안보상의 이유로 행하는 수출관리 차원의 행위이므로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대표로 내세웠던 야마가미 신고(山上信吾) 외무성 경제국장은 정작 이사회에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우리 정부의 1대1 고위급 협의 제안에도 별도의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일본의 규제 안건 논의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대화 거부는 일본이 (스스로)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눈을 감고 있고 귀도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를 WTO 규범 위반이라 지적하고 이하라 대사가 이를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이는 동안 다른 회원국들은 이 안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WTO 일반이사회는 분쟁 해결을 위한 자리가 아닌,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리는 회의다. 때문에 이날 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구속력 있는 결정은 도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WTO의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통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환기시켰고, 일본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부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국제적 명분을 얻어 빠른 시일 안에 일본을 WTO에 제소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는 9월에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다시 한번 일본을 압박하는 국제 여론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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