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55) 영국 보수당 신임 대표가 24일 오후(현지시간) 제77대 영국 총리에 공식 취임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부터 곧바로 내각 구성에 착수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준비에 본격 돌입할 계획이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존슨 대표는 이날 런던 버킹엄궁을 찾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오후 3시 38분 정식으로 총리에 임명됐다. 직후 그는 준비된 차량을 타고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로 이동했다. 다우닝 10번가 입성 직전 총리로서의 첫 연설에서 존슨 신임 총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No ifs, no buts)” 오는 10월 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존슨 총리는 이르면 이날 재무장관, 내무장관, 외무장관 등 주요 각료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내각 구성에 나서게 되며, 26일까지 나머지 장관 선임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앞서 그의 당선에 반발하며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등 고위 관료 다수가 잇따라 사퇴 의사를 밝혔던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잔류파를 철저히 배제한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스카이뉴스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 존슨 총리가 자신의 당대표 경선 투표에서 받은 지지율과 비슷하게 내각 3분의 2는 ‘탈퇴파’로, 3분의 1은 ‘잔류파’로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느 쪽이든 내각은 브렉시트 지지 세력 위주로 채워질 전망이다.
실제 요직에 임명될 것으로 거론되는 이들도 대부분 ‘브렉시트 초강경파’ 존슨의 지지자들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취임에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파 운동 ‘탈퇴에 투표를(Vote Leave)’를 이끌었던 선거전문가 도미니크 커밍스 전 하원의원을 총리 선임 고문으로 임명했다.
재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리즈 트러스 재무부 수석부장관은 당대표 경선 초기부터 존슨 총리의 지지자였고, 다른 후보인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도미니크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경선 탈락 후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존슨 총리의 경쟁자였던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은 앞서 교체설이 돌았지만, 최근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 등 현안이 쌓여있어 유임으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여성 장관도 다수 기용될 전망이다. 앞선 보수당 경선 토론에서 헌트 장관이 ‘톱 4’ 요직에 여성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하자 존슨 총리가 이에 동의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페니 모돈트 국방장관이 계속해서 내각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고,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대표, 에스더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의 기용도 점쳐진다.
존슨 총리의 런던 시장 재직 시 함께했던 측근들도 부름을 받을 전망이다. 가디언은 런던 부시장으로 존슨을 도왔던 에드워드 리스터, ‘탈퇴에 투표를’ 캠프에서 언론 보좌관을 맡았던 윌 월든 등이 주요 보직에 임명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영국 보수당은 당대표 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존슨 전 외무장관이 66.4%의 득표율로 신임 당대표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집권 보수당의 당대표는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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