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지자체 규제자유특구 지정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설계된 세종시는 간선급행버스(BRT) 시설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BRT 전용주행로에 일반 차량은 들어올 수 없고 교차로에서도 곧바로 지하나 고가로 연결돼 멈추지 않아도 된다. 자율주행 특화도시로 적합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문제는 규제였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는 면허 발급에 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시험 운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능하다. 세종시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 최소 2년 간 자율주행 자동차 한정 면허가 발급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자율주행 차량에 일단 운전자를 탑승시키고 안전장비를 설치해 시험 운행을 한 뒤 안전성이 입증되면 승객을 태워 운행할 예정이다.
세종시 등 전국 7개 지방자치단체가 규제 제약 없이 기술과 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규제자유특구(이하 특구)로 지정됐다. 강원(디지털 헬스케어)과 세종(자율주행)을 비롯해 경북(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대구(스마트웰니스), 부산(블록체인), 충북(스마트 안전제어), 전남(e-모빌리티)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34개 특구 계획 중 8개를 우선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고 이 중 7개가 최종 승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울산의 수소그린모빌리티는 사업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2차 선정 때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2차 선정은 10월 말 진행된다.
7개 특구에선 58건의 규제가 풀린다. 2년 간 규제 제약 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고, 2년 후에는 결과를 평가해 특구 연장이나 확대, 해제 등을 검토하게 된다. 중기부는 규제자유특구에서 향후 4~5년간 매출 7,000억원, 고용유발 3,500명, 400개사의 기업유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국민과 기업이 ‘이 정도면 됐다’고 느낄 수 있는 혁신의 비등점에 도달하려면 상징성이 큰 규제 개선과 행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특구 지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에서는 디지털 지역화폐, 수산물 이력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다. 개인정보를 삭제 가능한 별도 서버에 저장하고 위칫값만 블록체인 위에 두는 오프체인 방식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파기로 인정하는 등 규제 유예가 적용된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열을 받으면 폭발할 수 있고 유독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폐기하기 어려운 데다 지금까지 재사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경북 포항에선 폐배터리 재사용 과정을 시험해 볼 수 있게 됐다.
전남에서는 초소형 전기자 진입금지 구역인 다리 위 통행이 허용되고, 1인승으로 제한돼 있던 농업용 동력운반차 승차인원도 2인승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대구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첨단의료기기 공동제조소 구축이 가능해졌다. 의료기기는 직접 또는 위탁제조만 가능하다고 정한 의료기기법 규제가 면제됐다. 충북에서는 유선으로만 이뤄졌던 가스안전제어 분야에 무선제어장치 실증이 허용됐다.
중기부는 특구 내 지역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에 연구개발 자금 지원과 참여기업의 시제품 고도화, 특허 출원, 판로 개척, 해외진출 등을 도울 예정이다. 또 기업유치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도 추진된다. 만약 특구에서 안전이나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즉시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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