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분양가 규제 이후 첫 ‘후분양’ 단지인 ‘과천 푸르지오 써밋(과천주공1단지 재건축)’이 본격 분양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아파트는 후분양을 선택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과 분양가 심의를 피한 것은 물론, 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분양가상한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규제를 피한 만큼 분양가도 3.3㎡당 4,000만원에 육박할 만큼 높다. 이 단지의 분양 성적에 따라 향후 후분양 단지의 확산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견본주택을 26일 열고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총 1,571가구 중 506가구(전용면적 59~151㎡)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 단지는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규제를 피해 처음 후분양으로 전환한 사례다. 애초 2017년 선분양을 추진하면서 HUG에 3.3㎡당 3,313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지만, HUG가 “너무 비싸다”며 퇴짜를 놓자 아예 후분양으로 전환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골조 공사를 3분의 2 이상 진행한 경우, 2개 시공사의 연대보증을 받으면 HUG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는데,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이 기준을 충족했다.
이 단지는 후분양을 통해 3.3㎡당 3,998만원에 분양가 승인을 받았다. 2년 전 선분양 때보다 20.7%(685만원) 오른 값이다. 지난 5월 인근에 선분양한 과천주공6단지 재건축인 ‘과천 자이’의 분양가(3.3㎡당 평균 3,253만원)보다 700만원 이상 높다. 그렇다 보니 분양가가 이미 주변 시세와 비슷하다.
시장의 관심은 과천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 흥행 여부에 쏠려 있다. 아파트값이 선분양 때보다 20% 오른 상황에도 흥행에 성공할 경우, 주변 시세와 HUG 분양가 상한선 간 격차가 큰 서울 강남 재건축 등으로 후분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가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 3구역 재개발이나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ㆍ경남 재건축도 후분양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단지들은 후분양으로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벗어날지 불확실하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에 후분양 단지들도 포함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어, 후분양 조건(골조 공사의 3분의 2 이상 진행)을 갖추기 전에 상한제가 시행되면 HUG보다 더 강한 분양가 규제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천 푸르지오 써밋이 흥행에 성공하면 오히려 정부의 분양가 규제 시행을 재촉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고분양가의 후분양 사업이 흥행한다면 오히려 정부의 분양가 통제 정책을 재촉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천 푸르지오 써밋 청약은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하며 다음달 9일부터 계약에 들어간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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