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에게 ‘부당해고 사용자’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이 시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광주복지재단(이하 복지재단)이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복지관 지하 1층 매점에 대한 관리ㆍ운영 부적정을 이유로 임기제 계약직 직원을 해고한 데 대해 전남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놨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재단의 해고 결정은 이 시장 소속인 광주시감사위원회 특정감사 결과에 따른 것이어서 감사 당시부터 논란이 됐던 전임 시장 사람 찍어내기 감사가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4일 시 등에 따르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전남지노위)는 지난 19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본부장으로 일했던 임기제 계약직 근로자 A씨가 이 시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사건에서 부당해고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전남지노위는 이에 따라 조만간 A씨와 복지재단 측에 부당해고 판정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복지재단 측은 지노위 판정에 불복한다면 판정서를 송달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으며, 반대로 수용한다면 판정서를 받은 지 한 달 이내에 A씨를 복직시켜야 한다.
전남지노위가 A씨의 손을 들어준 건 복지재단 측의 근로계약 해지 통보에 그리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해서다. A씨는 지난 5월 전남지노위에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다. 공유재산인 복지관 매점이 불법 전대(轉貸)된 게 아닌데도 광주시감사위원회가 이 시장 쪽 사람을 앉히기 위해 불법 전대로 몰아가고, 이에 따른 관리 책임을 자신에게 뒤집어 씌워 복지재단 측에 계약해지(해고)를 하도록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A씨는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는 임차인이 매점을 전대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 것일 뿐”이라고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감사위원회는 감사를 통해 임차인이 매점을 불법 전대한 것으로 판단하고 A씨가 이를 눈 감아준 것으로 봤지만 임차인의 전대 행위를 뒷받침할 뚜렷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불법 전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건 복지재단도 마찬가지였다. 복지재단은 전남지노위의 이번 사건 심판 과정에서 A씨에 대한 징계 사유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었지만 이를 완전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임차인이 매점을 불법 전대했고, A씨가 이를 묵인했다는 사실을 복지재단 측이 증거를 통해 증명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사위원회가 전임 시장 때 임명된 A씨를 대상으로 ‘찍어내기’식 감사를 벌였다는 의혹도 새삼 불거지고 있다. A씨는 “이 시장이 취임한 지 한 달만인 지난해 8월부터 광주시감사위원장과 광주시 고위 간부 등으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며 “내가 물러나지 않고 버티자 이 시장이 감사위원회를 동원하고 부당하게 채용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전남지노위 관계자도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광주시감사위원회의 감사 형태가 표적(감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A씨에 대한 계약해지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이 내려지면서 복지재단은 상당히 갑갑하게 됐다. 이미 지난 22일 A씨를 대신할 신임 본부장을 임명한 터라, 자칫 A씨의 복직으로 인해 ‘한 지붕 두 본부장’이 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 시장도 이번 판정을 두고 ‘부당해고 사용자’라는 비판과 함께 자칭 일자리경제시장으로서 위신에 흠집을 자초했다는 지적까지 받게 되면서 사정이 딱해졌다. 감사위원회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 감사위원회는 감사 결과를 놓고 “전임 시장 쪽 사람 찍어내기 일등공신”이라는 뒷말까지 들었던 터라, 이번 부당해고 판정으로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A씨가 최근 계약해지무효확인소송도 제기했다”며 “이와 관련, 법원 판결이 전남지노위의 판정보다 우선하니까 지노위가 소송 제기에 따라 A씨 사건을 각하시킨다고 얘기를 들어서 이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본 뒤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남지노위는 “이미 부당해고라는 판정이 내려졌고 당사자에게 통보도 한 만큼 판정의 효력은 유지되고, 향후 절차도 예정대로 진행된다”며 “더구나 전남지노위 판정은 행정소송 대상이어서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과 별개인데 어떻게 민사소송이 제기됐다고 해서 사건을 각하하느냐”고 황당해 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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