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소름 끼치는 아베의 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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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름 끼치는 아베의 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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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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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하며 승리를 했으나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 확보는 실패한 가운데, 2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포토아이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아베 총리는 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무리수를 던졌을까. 이 의문과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9일에 내놓은 논평 형식의 몇 가지 해석들이 눈길을 끈다. 첫째 해석은 남을 희생시켜 제 잇속을 채우는 데 이골이 난 일본 극우세력들이 지역 내에서 가장 약한 고리이자, 호락호락한 존재인 한국을 제물로 삼아 대내외 통치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출 규제로 한국을 압박해 한반도 평화 기류를 파탄시키고 저들의 군국주의 야망 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견해다. 셋째, 수출 규제로 한국 경제를 타격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시키고, 궁지에 몰린 친일매국세력에게 재집권 길을 열어주기 위한 중장기적 목적도 깔려 있다고 본다. 넷째, 한일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 상전(미국 지칭)을 자극해 한반도 문제에서 밀려난 자신들의 이익을 중시하도록 만들고자 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이라는 해석이다. 다섯째,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통해 일본 내 극우세력들의 결속과 지지를 이끌어내 참의원 선거를 손쉽게 치르고 헌법 개정을 비롯한 숙망을 실현하고자 한다는 지적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아베는 한일 관계 악화로 입은 손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한 정치외교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북한 매체가 예리하게 분석한 아베 총리의 흉심이 사실이라면 정말 소름 돋을 일이다.

예측대로 아베 정권은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다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이제 한국을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베 정권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통해 한일 관계의 근간을 바꾸고, 우경화ᆞ군사대국화를 가속화해 한반도에서의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필생의 숙원인 평화헌법 폐기를 위한 헌법 개정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가능한 일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쟁 위협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애써 만들려고 하는 ‘전쟁 없는 한반도’가 아베에게는 그의 꿈을 꺽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평화헌법 9조는 ‘전쟁과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는 어떻게든 이 조항을 개정해 자위대 존재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헌법이 개정되면 당장 우리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만들기 위해 국지전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23일 러시아 군용기의 동해 독도 영공 침범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자위대기를 긴급 발진시킨 것을 보면 이 끔찍한 경고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음을 금방 깨닫게 한다. 헌법 개정을 위한 명분과 여론을 조성하려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북미 관계 정상화는 절대 이뤄져서는 안 된다.

아베가 북한 위협을 빌미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온 사례들은 적지 않다. 그는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강조한 ‘북풍(北風)’ 전략을 써서 낙승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터진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하는 위기가 있었지만,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그의 기사회생을 도왔다. 그런데 이제 북한 위협 카드를 사용하기 쉽지 않은 곤란한 상황이 생겼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크게 줄였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DMZ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정도로 높은 신뢰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이제 더는 과거 방식으로 국내 정치에 북한 변수를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또 다른 만만한 상대인 한국을 골라 우방국 사이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교묘하게 확전을 유도하고 있다. 아베는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경제는 물론, 한반도 평화에도 언제든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유념하면서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출 일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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