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서 새와 파충류 등을 잡아먹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들고양이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서식밀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고, 새가 미리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새보호목도리를 들고양이에게 씌우는 방법 등이 시행된다.
24일 환경부는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들고양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양이는 인간 의존도에 따라 집고양이, 길고양이, 들고양이로 분류되는데, 집고양이가 유기될 경우 길고양이가 되고 길고양이가 다시 들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고양이는 대표적인 반려동물이지만 야생에서 사는 들고양이는 새, 소형 양서ㆍ파충류, 포유류 등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치명적인 포식자다. 특히 잡은 동물의 일부만을 먹이로 삼고 재미 삼아 사냥하는 습성도 있어 새 등의 야생동물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일정 지역에서는 멸종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우선 8월부터 국립공원 지역 들고양이의 중성화 방법을 기존의 정소와 난소를 제거하는 기존 방식(포획ㆍ중성화ㆍ복귀, TNR)에서 정소와 난소를 그대로 두고 정관과 자궁의 통로를 차단하는 방식(포획ㆍ정관자궁절제술ㆍ복귀, TVHR)으로 바꿔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 324마리에 대해 중성화수술을 실시했지만 성 호르몬 등의 발생이 제거되는 기존 방식은 들고양이의 세력권 다툼 행동까지 사라지게 해 서식밀도를 낮추는 효과가 적었다는 판단했다. TVHR 방식은 성호르몬을 계속 분비하도록 하되 수술 전과 마찬가지로 번식경쟁, 세력권 확보, 영역다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새로 도입하는 수술 방식(TVHR)이 국내에서 처음 실시되는 관계로, 수술이 가능한 일부 국립공원에 올 하반기부터 시범 도입한 후 점차적으로 전국 국립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올해 안으로 국립공원 내 들고양이에게 외국에서 개발돼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보호목도리를 씌우기로 했다 새보호목도리는 원색의 천으로 만든 목도리로, 고양이의 목에 채워 새 등의 동물이 고양이의 접근을 잘 인식하도록 함으로써 고양이의 사냥 성공률을 낮추도록 고안된 것이다. 지난 2013년 미국 세인트 로렌스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보호목도리를 찬 고양이의 사냥률은 87%까지 줄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새보호목도리를 직접 구입하는 게 어렵고 새보호목도리가 미국, 영국 등에 산업디자인특허권이 등록돼 있어,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한 후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들고양이가 새 등 작은 동물에게 매우 위협적인 존재라는 생태적 위해성 정보를 알리는 홍보도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탐방로 등에서 들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호중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애완동물로 도입된 고양이는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서식하지 않았던 외래종이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2000년에 고양이를 100대 치명적 침입 외래종 중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며 “고양이가 자연생태계에 들어오면 새 등 작은 동물의 개체수를 감소시키는 등 매우 큰 영향을 미치므로 야생에 유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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