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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정신만 차리면

입력
2019.07.2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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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정과 열정이 모아지면 마치 2002년 월드컵이나 촛불혁명 때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됩니다. 이것은 정말로, 정말로 전 세계 어떤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의 힘이고 장점입니다. 사진은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 경기가 열리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의 인정과 열정이 모아지면 마치 2002년 월드컵이나 촛불혁명 때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됩니다. 이것은 정말로, 정말로 전 세계 어떤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의 힘이고 장점입니다. 사진은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 경기가 열리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호랑이한테 잡혀 가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는 우리말이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가 바로 그 정신을 차려야 할 때입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우리가 매우 당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당황하면 허둥대기만 할 뿐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십상이지요. 우리가 감정으로 대처하는 것을 일본인들은 잘 알기에 우리가 지금 불매 운동을 하고 갖가지 보복을 얘기할 때 일본인들은 그렇게 떨지도 않고 심지어 냄비근성 운운하며 얼마 안 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질 거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합니다. 그렇지요. 금방 달구어지지만 금방 식는 냄비처럼 감정도 끓어오를 때는 대단한 것 같아도 금방 식지요. 감정의 기복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런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가 감정적(感情的)인 것은 우리 민족이 정적(情的)인 민족이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고 기복이 있다는 면에서 안 좋은 면도 있지만 정적인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지요. 특히 일본과 비교할 때 정적인 우리의 장단점이 잘 드러납니다. 제가 볼 때 일본의 특징은 우리가 마음 심(心)자 정(情)의 정적(情的)인데 비해 쌀 미(米)자 정(精)의 정적(精的)이라는 거였습니다. 제 생각에 한자어에서 情과 精 모두 관계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情이 인간 관계적이고 사랑과 관련한 에너지인데 비해 精은 일 또는 정신과 관련한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일이나 학문과 관련한 에너지가 많고 장인정신이라는 것이 있어서 무슨 일이든 하면 파고들어서 그 분야에서는 전문가들이 되고 빈틈이 없습니다. 이렇게 일 에너지, 정신 에너지는 대단하지만 인간관계 에너지나 사랑 에너지는 너무 약하고 관계 맺는 것을 매우 조심하며 두려움이 많은 민족입니다. 그래서 관계를 깊이 맺는 것을 꺼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많기도 합니다. 제가 볼 때 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삭막한 개인주의자들입니다. 흔히 일본인들이 친절하다는 것도 백화점에서 손님을 일로 대할 때와 같은 친절이지 정말로 사람을 반기고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와 비교할 때 그들이 좀처럼 자기 집에 남을 초대하지 않거나 사람을 일로서 만나지 사랑으로 만나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겁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전과 비교하면 많이 개인주의화되고, 정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일본인들과 비교하면 정이 많고 인정(人情)이 살아있으며 따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열정(熱情)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대단한 힘입니다. 우리의 인정과 열정이 모아지면 마치 2002년 월드컵이나 촛불혁명 때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힘이 됩니다. 이것은 정말로, 정말로 전 세계 어떤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의 힘이고 장점입니다.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를 이 정도 이룬 것도 바로 이 힘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신을 잃으면 안 되고, 팔아먹으면 안 됩니다. 지금 일본과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우리가 정신을 차리지 못해 식민지가 되었고, 광복이 되었어도 경제 부흥이라는 명목으로 식민지 피해 보상을 개인이 청구할 수 없도록 박정희 정권이 한일협정을 잘못 맺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본인들의 입에서 일본 덕에 한국 경제가 일어섰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일본 덕에 한국 경제가 일어서면 일본 때문에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말도 되지요. 우리가 계속 돈 때문에 우리의 정기(精氣)를 조선 말기처럼 잃거나 박정희 때처럼 팔아먹으면 우리는 다시 경제 식민지가 될 겁니다. 일본이 지금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가 일어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기를 꺾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참에 정기를 잃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의존을 줄일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니 졸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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