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성장, 신흥국은 둔화 전망
“성장세 약화 시 거시정책 완화해야”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4월)보다 0.1%포인트 낮은 3.2%로 하향 조정했다. 미중 무역갈등 등 경기 하방 요인들이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선진국은 앞선 전망보다 성장률이 0.1%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한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도국 성장률은 0.3%포인트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보고서에서 “미ㆍ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을 반영했다”며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0.1%포인트 내렸다. IMF의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3.7%에서 1월 3.5%, 4월 3.3%에 이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IMF는 보고서에서 “4월 보고서 발표 이후 미국이 일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로 올렸고 중국도 보복관세로 대응했다”며 “지정학적 긴장감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가격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진 않았다. IMF는 △무역ㆍ기술 갈등 고조 △위험 회피 심리 심화에 따른 금융 취약성 노출 가능성 △디스인플레이션 압력 등을 하방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금융자본의 성향이 ‘위험 회피’로 돌변할 경우 고수익ㆍ고위험 투자를 유치한 채무자의 대출 연장이 어려워지고 신흥 시장의 자본 흐름이 경색되는 등 장기 저금리 기조에서 누적된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은 엇갈렸다. 선진국 성장률은 지난 4월 1.8%에서 0.1%포인트 높인 반면, 신흥국 성장률은 4.1%로 기존보다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IMF는 미국(2.3%→2.6%)의 성장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예측을 바탕으로 선진국 성장률을 상향했다. 대신 유로존과 캐나다는 4월 전망치와 변동 없었고, 일본은 0.1%포인트 낮아진 0.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의 경우 중국(6.3%→6.2%)을 비롯해 인도(7.3%→7.0%), 브라질(2.1%→0.8%), 러시아(1.6%→1.2%) 등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에서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발표에서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IMF는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역ㆍ기술 갈등 완화 △무역협정을 둘러싼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관세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개별 국가에는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화된 경우 거시 정책을 더 완화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재정을 투입하거나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IMF는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보다 0.1%포인트 높은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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