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하루 앞둔 문무일 검찰총장의 이색 행보가 화제다. 퇴임식도, 퇴임사 낭독도, 기념촬영도 없앴다. 재임 중 대립각을 세웠던 경찰청도 전격 방문했다. 과거사에 고개 숙였던 ‘사과 총장’에 이은 ‘화해 총장’이다.
문 총장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만났다. 역대 총장 중 퇴임 인사차 경찰청을 찾은 건 문 총장이 처음이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이나 모두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게 첫 번째 임무인데 두 기관이 이를 위해 자주 왕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떠나면서 이렇게 찾아주시니 인품이 훌륭하신 거 같다”며 “퇴임 1년 남은 저에게 잘 마무리하라고 덕담해줬다”고 기뻐했다.
앞서 2017년 7월에도 문 총장은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을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이후 경찰과 수사권 조정 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어 문 총장의 경찰청 방문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총장의 이날 방문은 오전에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총장은 이날 민 청장 외에도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 인사들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 역시 역대 총장 가운데 첫 사례다.
문 총장은 24일 예정된 퇴임식도 없앴다.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퇴임사 낭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8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간단한 인사만 하고 끝내기로 했다. 준비한 퇴임사는 이날 검찰 게시판에 미리 올렸다. 퇴임사에서 문 총장은 “취임 직후부터 민주주의 운영에 관해 검찰 역할이 미흡했던 점을 여러 번 사과 드렸고 자체 개혁이 가능한 부분은 우선 개혁하는 한편 필요한 법개정을 건의했으나 돌아보니 국민들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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