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과거 3세대 이동통신망(3G)을 구축하면서 자국 고위층의 통화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008년 5월 28일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북한 조선우편통신공사가 진행한 회의의 회의록을 인용해 북한이 고위층 2,500명을 대상으로 통화 300통을 동시에 모니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치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회의 수개월 후 오라스콤과 조선우편통신공사는 지분합작으로 무선통신업체 고려링크(Koryolink)를 설립, 북한에 3G 이동통신망을 구축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고위층이 사용하는 별도의 이동통신망에 특정 휴대폰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했다. 휴대폰 2,500대를 대상으로 통화 300통과 데이터 전송 내역 300건을 동시에 모니터하며,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 감시 대상 역시 함께 증가하는 방식이었다. 60명이 모니터링 센터에 동시 접속해 7테라바이트(TB) 규모의 저장 시스템에 감시한 내용을 저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회의에서는 위성을 이용한 도청을 막기 위한 전파방해시스템 마련도 논의됐다. 북측은 전파방해시스템을 위해 오라스콤에 1,140만유로에 달하는 전자장비 리스트를 넘겨줬다. 여기에는 독일 로데슈바르츠사의 FSP40 스펙트럼분석기 여섯 대와 FSQ26 신호분석기 세 대 등이 포함됐다. 38노스는 이에 대해 위성으로 휴대폰 신호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북한이 장비 확보를 목적으로 전파방해시스템을 핑계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 측은 회의에서 보안시스템 설치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38노스는 이에 대해 “북한은 2002년 처음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려다가 2004년 룡천역 폭발사고 한달 뒤 돌연 접었다”며 이 사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고려링크를 설립하면서 고위층 전용 네트워크를 별도로 두고 자체 개발한 암호화 시스템이 내장된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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