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 규정 없는 방공식별구역… 도발비행 저지할 방법 없어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승전기념일 행사에서 퍼레이드 중인 TU-95 폭격기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23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과 중국ㆍ러시아 군용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 동시 진입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들어 카디즈 내 ‘도발 비행’의 수위를 노골적으로 끌어 올렸다.

방공식별구역은 주권이 인정되는 영공(領空)과는 다른 개념으로, 영공 침범을 방지하기 위해 각 국가가 임의로 설정한 구역을 뜻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0여개국 정도로, 해당 구역에 진입하기 전 관할 당국에 통보하는 것이 ‘관례’다. 국제법상 관련 규정은 없다. 중ㆍ러는 이 점을 악용, 사전 통보 없이 카디즈에 진입하고도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ㆍ러시아 군용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ㆍ카디즈) 무단진입 일지. 그래픽=김경진기자

중국은 이어도 인근 지역에 한정됐던 자국 군용기의 비행 범위를 2017년 말부터 동해로까지 조금씩 확장해 왔다. 이어도 주변은 한ㆍ중ㆍ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곳인 반면 동해는 한국 고유 구역이다. 우리 공군은 중국 군용기가 동해에 접근할 때에 한정해 전투기 출격 등 대응을 해 왔다.

중국 군용기가 동해 앞 카디즈에 무단 진입한 횟수는 지난해 8차례(1월 29일, 2월 27일, 4월 28일, 7월 27일, 8월 29일, 10월 29일, 11월 26일, 12월 27일)에 이른다. 비행 날짜가 주로 월말에 몰려 있어, 해당 비행이 월례 훈련의 일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월 23일엔 중국 군용기가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진입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국방부는 ‘2018 국방백서’에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이 역내 긴장을 조성하고 우리 군용기 및 민항기와의 상호 충돌 가능성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카디즈 등장도 최근 부쩍 늘었다. 지난 5월과 6월 등 지난해 이후 4차례에 걸쳐 카디즈에 들어왔다. 러시아는 이전엔 우리 군 당국과의 사전 교신에서 카디즈 진입 목적 등을 밝혔지만, 23일엔 달랐다.

중ㆍ러의 도발 비행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된 논의에 응하지 않고 있고,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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