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원내대표단 오찬… 이인영 “정쟁에 끌려가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은 23일 경기부양과 재해구호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당청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지난 5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 문 대통령과 여당 원내지도부의 상견례는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추경이나 일본 수출규제 대응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이렇게 좋은데 왜 재정을 더 투입하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한다”며 재정 확대편성과 추경 통과를 강조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에 “경제 한일대전이 시작됐는데 대통령께서 중심을 잡고 대처해 주셔서 국민들이 든든해 한다”며 “다만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추경이 해결됐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원칙 속에서 유연하게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더 이상 정쟁에 끌려가지 않겠다”며 야당을 향한 강경기조를 재확인했다.
참석자들은 일본의 수출보복에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영호 의원은 “일제침략에 맞서 네덜란드 헤이그까지 달려가 부당성을 알렸던 것이 100여년 전 일”이라며 “그때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정당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도 “젊은 층 사이에서 이번에야말로 제2의 독립, 단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가세했다.
다만 간담회에서 추경안 통과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오늘 만남의 주된 목적은 원내대표단 발족에 따른 상견례였고 이슈를 사전 조율해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경 통과를 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에 대해 “일대일 회동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지 되묻고 싶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내달 예정된 개각과 관련해선 “좋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는 청와대 본관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원내대표단은 청와대에 ‘노타이’ 차림을 제안해 문 대통령과 이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은 모두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이 배석했다. 오찬장에 먼저 도착한 원내대표단은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이 원내대표는 하반기 국회 운영 전략으로 “7월 추경 처리와 일하는 국회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퍼지거나 정치가 희화화되는 어려움 속에서 원내대표단을 이끌고 있다”며 이 원내대표를 격려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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