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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방한 첫날은 잠행… ‘보따리’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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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방한 첫날은 잠행… ‘보따리’엔 뭐가 있을까

입력
2019.07.23 20:00
수정
2019.07.24 00: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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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일 갈등 해법 제시 기대…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꺼낼 듯

지난 22일 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도쿄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앞서 양국 국기를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2일 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도쿄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과 회담하기 앞서 양국 국기를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을 거쳐 23일 한국에 왔다.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 문제가 한국 정부 당국자와의 만남 때 주로 논의되리라는 게 대체적 예상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과 갈등 중인 일본에 들렀다 온 만큼 중재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볼턴 보좌관은 이날 낮 경기 평택시 미군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착 직후 그는 자기 트위터에 “인도ㆍ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적인 파트너(인 한국)의 지도자들과 가질 생산적인 만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한 첫날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내부 일정만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잇달아 만나는 만큼, 대사관 측으로부터 한일 갈등을 비롯한 현재 한국 정세와 관련한 주요 정보를 듣고 회담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볼턴 보좌관이 한국 정부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논의할 것으로 예측되는 핵심 의제는 호르무즈 해협 공동 방위와 한일 갈등 사안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 간 연합체를 구성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서 19일(현지시간) 미 정부가 한국 등 자국 주재 60여개국 외교단을 모아 브리핑을 열기도 했다. 사실상 동참을 요청하는 ‘청구서’를 내민 셈이어서 이번 한미 고위 당국자 간 연쇄 회동에서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공동 방위에 동참)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없는지 검토해 나가야겠다”고 이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 국제 항로의 안전 문제에 우리 정부도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파병 등 참여 방식을 내부 논의 중이라는 뜻이다. 볼턴 보좌관에게도 이러한 입장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선물도 기대하는 눈치다. 방일 기간인 21~22일 그는 수출 규제 탓에 크게 악화한 한일 간 갈등에 대해 일본 측과 먼저 논의했다. 교도통신은 전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볼턴 보좌관과 고노 외무장관이 징용 문제 및 스마트폰, TV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 한국 수출 제한 결정에 따른 한일 간 긴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중재 카드는 일본을 상대로 한 미국의 추가 경제 보복 자제 주문이다. 한미일 3각 협력은 동북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안보 이익과 긴밀히 연관된다. 특히 일본이 추가 보복을 할 경우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황인 만큼 GSOMIA 유지를 위해 어떻게든 미국이 개입하려 할 공산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마침 이날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노골적인 무력 시위를 벌인 터여서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전통적인 진영 간 긴장감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볼턴 보좌관의 핵심 임무가 중러 견제이기 때문에 한미 당국자 회동에서 당연히 의제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미, 나아가 한미일 공동 대응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통적 대립 구도의 재연이 미국이 한일 간 중재자로 나서주기를 바라는 우리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볼턴 보좌관이 일본 설득이라는 선물 없이 한국 정부에 GSOMIA 연장만을 요청한다면 ‘극일(克日)’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한국 정부로서는 운신할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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